지난해 말 정치권이 졸속으로 소득세 체계를 고치는 바람에 이런 식의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부자에 대한 세금을 늘리겠다며 과표구간의 종합조정 없이 38%의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신설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구간 내 범위가 2억원으로 벌어지고 세율격차는 3%포인트까지 축소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소득(과표기준)이 8,900만원이든 2억9,000만원이든 똑같이 35%의 세율이 적용되니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과표구간 조정은 뜨거운 감자다. 1원 차이로 과표구간이 달라져 세 부담에 큰 차이가 난다. 정부는 지난 1990년 대 말까지만 해도 과표구간을 1~3년마다 수시로 조정했으나 2008년 현재의 구간을 정한 뒤 일절 올리지 않았다. 이전의 마지막 조정은 1997년이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오르면 과표구간도 따라서 상향 조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납세자들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은 65%에 달했다. 그동안 세율을 인하 조정했다고 하지만 과표구간 동결로 실질적 세부담 증가가 더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제에 과표구간 조정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물가연동제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명목소득이 올라 하루아침에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행 구조는 불합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19개 국가가 물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1년 단위의 물가연동제가 어렵다면 일단은 몇 년 단위의 기간과 누적 물가상승률을 정해 그 기준을 충족하면 즉각 조정하는 식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과표구간 조정시기와 금액이 엿장수 마음대로 이뤄지면 납세자, 특히 직장인 사이에 '우리는 봉인가'라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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