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선거는 대통령도 여당도 변화하라는 질책 겸 분발하라는 회초리를 든 것입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
"당이 이 상황에 대해 느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통합하기는 했지만 국민들의 심정을 읽어내는 능력은 부족했습니다."(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번 6·4지방선거 결과는 절묘했다. 여도 야도 이겼다고 자신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진 것도 아니다.
선거 결과인 광역자치단체장 9(새정치민주연합) 대 8(새누리당)의 황금분할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채 두 달이 안 돼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여권에 경고를 보내면서도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야권에는 '절반의 승리'를 안기면서도 "좀 더 민심을 받들라"는 채찍질을 가했다. 새누리당은 충청권과 강원 등 중원에서 전멸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에서 압승했으나 경기도와 인천에서 패배한 것이 단적인 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선방했지만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겸허하게 민심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새누리당 재선의원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없이는 선거도 치를 수 없는 무기력증에 빠졌다"며 "중원을 온통 내준 게 경고음이 아니겠느냐"고 자성했다. 한마디로 집권당으로서 '옐로카드'를 받은 만큼 청와대 해바라기 노릇을 그만하고 국정의 중심축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다. 김영우 의원은 "충청권에서 완패한 것과 경기·부산에서도 힘들게 이긴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선을 잘해야 하고 부동층과 무당파를 흡입하기 위한 지도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화철 새정치연합 인터넷소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인사탕평은 기본이고 야당과의 정책탕평으로 갈등을 줄이며 국가개조를 성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야당의 변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경기·인천에서 이겼으면 새누리당을 영남당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서도 "수도권 두 곳에서 진 것은 아직 수권세력으로 인정 받지 못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설훈 의원도 "(앞으로 야당은) 비판해야 할 것은 정확히 비판해야 하지만 정책을 제대로 개발해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쉬운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국익과 민생에 부합하면 여권과의 협조를 마다하지 않되 수권정당으로서 대안을 제시해 존재감을 부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