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시행을 앞두고 우리나라 기업이나 학계·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가장 많이 참고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7년 '고용대책 기본계획'을 통해 60세 정년제를 처음 언급한 뒤 1973년 고용대책법에 정년 연장을 국가의 시책으로 명시했다. 1986년 '고연령자고용안정법'에서 기업의 의무에 '60세 정년을 위한 노력'을 포함시킨 일본은 1994년 60세 정년 법제화에 이어 4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998년 4월 전격 시행했다.
일본은 3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정년 연장을 추진해온 덕에 1994년 법제화 당시 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의 84.1%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했고 1998년 시행 때는 93.3%가 정년 연장을 마무리했다.
산업 현장에서 정년 60세 준비가 상당 부분 끝난 뒤 법제화가 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도가 먼저 앞서나가고 현장이 뒤따르는 모습이다. 정년 60세 법안이 공포된 지난해 국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정년 60세 도입 비율은 22.8%였다. 실제 시행까지 1년반가량이 남아 있지만 노사 합의와 기업의 준비 등 정년 연장까지 이르는 과정에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말까지 얼마나 더 많은 기업이 정년을 60세로 바꿀지는 미지수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환경은 다르지만 일본 기업들이 정년 60세를 시행하며 도입한 여러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고 발전시킬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정년 연장을 단순히 비용 문제로만 받아들여 근로자들의 임금체계 개선에만 집중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고령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배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을 연장하며 임금 부문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성을 줄이는 대신 직무와 성과에 맞게 임금을 정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신일본제철은 정년 60세 도입 과정에서 연공급과 직무급의 비중이 기존 6대4였지만 노사 협의를 거쳐 5대5로 연공성을 약화시켰다.
인사제도 면에서는 특정 나이가 지나면 직책을 내려놓는 직책정년제가 채택됐다. 보통 55세가 지나면 관리직에서 나옴으로써 조직 내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후임자를 양성하는 방식이다. 2009년 일본 내 근로자 수 1,000명 이상 기업의 50%가 도입했는데 최근에는 이 방식이 나이나 직급을 떠나 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과주의 경향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슷한 방식으로 근로자의 경력개발 과정을 관리자와 전문가 두 가지로 나누는 복선형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도 활용됐다. 관리자보다는 현장 전문가로 일하는 게 더 적합한 이들에게 전문가 과정을 밟게 함으로써 한정된 직책을 향한 경쟁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뒀다.
사업장을 고령 근로자 친화형으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었다. 닛산자동차는 고령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들고 더러운 작업을 자동화시켰고 화학·섬유제품 제조사 아사히카세히도 자동화 설비를 늘려 육체노동을 줄였다.
또 관련 회사나 자회사로 경험과 연륜이 있는 직원을 보내 경영기술을 지도하는 '출향'제도와 일정 나이가 지나면 근무일이나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일자리 나누기, 재취업을 돕기 위해 일정 기간 유급휴가를 제공하거나 직업교육을 하는 방법도 폭넓게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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