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문제의 심각성은 비단 20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30대는 주택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수요층이지만 올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조사에서 30대의 86.9%가 내년 이후에 집을 사겠다고 답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물가 상승 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늘어 구입할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수천~수억원의 은행 융자를 끼고 아파트를 겨우 장만한 40~50대는 또 어떤가.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 대출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면서도 "그나마 집 한 채 가진 게 어디냐"며 자위하던 표정이 나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경기 분당ㆍ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의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최근 4~5년 새 평형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5억원가량 떨어졌다.
어느 세대라고 할 것도 없이 집 때문에 골머리를 썩여야 하는 이런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과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여섯 차례나 대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웬만한 규제는 다 풀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시 묘수를 짜내야 한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일 수도 있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명분에 집착할 때도 아니다. 긴 겨울잠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깨워 서민과 중산층이 '집 없는 설움'과 '집 가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검은 고양이(黑猫)든 흰 고양이(白描)든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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