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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사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신임 의장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다른 연준 임원보다 비교적 빠르고 정확하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2008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전문에 따르면 그해 1월 회의에서 당시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옐런은 "심각한 부동산 경기 위축과 금융시장 충격이 계속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며 "경기침체(recession) 국면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월 베어스턴스 파산 위기와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후 미국 경제가 크게 위축되기 수개월 전에 예측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해 연준 내에서 상황을 '경기침체'라고 규정한 것은 옐런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다음날인 9월16일 열린 긴급 연준 회의에서도 다른 임원들은 낙관론을 피력했지만 옐런은 비관론을 고집했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현재 우리 정책은 (경제상황에) 꽤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데이브 스톡턴 연구원도 "기본적인 경기전망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내년까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옐런은 "이스트베이 지역의 성형외과·치과 의사들은 환자들이 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고 있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호화 골프장 회원권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사태를 정확히 파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이 FOMC 투표권이 없었음에도 회의에 매번 참석해 강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다만 옐런이 언제나 옳지만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옐런은 이후 4월 회의에서 "극심한 금융시장 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며 "올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1.5%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정부가 AIG의 구제금융을 집행하면서 미국의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증감률은 -5.15%(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옐런이 이날 공개된 회의록에서 금융권의 막대한 보너스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내 향후 연준이 월가의 임금체계에 메스를 들이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YT는 의사록에서 옐런이 "월가 보너스 체계에 끔찍하게 많은 거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며 향후 연준이 보너스 체계 개혁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2008년 당시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4월 회의에서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은 총재는 "리보가 낮게 책정된다는 상당한 양의 증거가 있다"고 언급했으나 연준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2012년에야 기소가 이뤄졌다.
총 1,865쪽에 달하는 이번 의사록 전문은 연준 내 총 8번의 정례회의와 6번의 비상회의에서 임원들 간에 오고 간 대화가 모두 담겨 있다. 연준은 해마다 5년 전 회의록 전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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