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6월 7일] 중기 구조조정의 선결 과제

최근 취재차 알게 된 중소업체 A사는 건물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수억원 규모의 수주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수백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A사는 천덕꾸러기다. 지난해 한때 대출이자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은행이나 보증기관의 문은 굳게 닫혀버렸다. 업체 사장은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부득이 초단기 사채를 끌어쓰기 시작했다. 그는 "대기업과의 납품 계약서도 있고 납품대금 지급통장을 은행에 개설하겠다고 하는데도 은행에서는 신용도를 문제 삼아 등을 돌렸다"며 "과거의 연체사실보다는 현재의 경영 상태와 앞으로의 성장력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지난해에 비하면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기 사장들의 표정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고 있다. "일감은 많은데 밤새고 일을 해도 수중에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기술력과 영업력은 갖췄는데 금융권의 자금줄이 끊겨 고금리의 덫에 갇힌 경우도 있고 원청업체가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아 적자경영을 이어가는 업체들도 많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그동안 중소기업들에 씌워줬던 우산을 거둬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더이상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다는 정부의 방침 아래 은행들은 이미 암암리에 중기 대출지원을 줄여나가면서 분위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의 옥석가리기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를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실행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 작업이다. 억울하게 문닫는 중소기업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구조조정에 앞서 대기업과의 공정한 경쟁 여건과 중소기업을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판을 치는 경영 여건과 기업의 현재나 미래보다는 과거에만 초점을 두는 가혹한 평가 기준 속에 이뤄지는 구조조정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