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광화문 문호아트홀. 사단법인 ‘예가’가 주최한 소년소녀가장돕기 음악회 피날레에서 깔끔한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맨 노신사가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그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초반부인 아리아 ‘오묘한 조화’와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 중 ‘왜 나를 깨우는가’를 열창했다. “깔끔한 고음 처리가 일품”이라며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날 피날레의 주인공은 박시환 대법관(54·연수원 12기ㆍ사진). 직업적인 테너가수는 아니지만, 이날 음악회에서 그는 대미를 장식했다. 박 대법관은 지난 98년 전주지법 부장판사 시절 개인지도를 받으며 성악에 본격적으로 입문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베테랑이다. 2005년 대법관 임명 이후에도 시간을 내 틈틈이 취미생활로 지인들과 화음을 맞추며 연습해 왔다. 박 대법관은 주위에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숨겨 왔다. 자선행사 등에 참여할 때도 늘 비공개로 해 법원내에서도 박 대법관이 베테랑 테너가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 이번 행사에 나오게 된 것도 “자리를 빛내 달라”는 후배들의 끈질긴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법관은 “행사 취지는 100% 공감하지만, 주위에서 대법관이 노래를 부른다고 하면 이상하게나 보지 않을까 걱정돼 여러 차례 사양했다”며 “주위에는 비밀로 하고, 가족들에게만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법관은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던 게 가장 아쉽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박 대법관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거쳐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이후 사시에 합격, 인천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변호사를 거쳐 지난 2005년11월에 대법관에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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