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미감을 잘 드러내는 궁체에는 한복 같은 맵시가 있습니다. 유려한 획의 삐침은 마치 난초 잎사귀를 보는 듯 아름답구요.”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예가 송하 김정묵이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상한 작가는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의 초대작가로 선정되는 등 50여 차례의 전시회에 참여하며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한글 기본 서체인 궁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그는 “처음에는 한자로 서예를 시작했지만 한글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면서 “차분하게 자리를 마련하고 먹을 가는 데서부터 글쓰기가 시작되고, 정철의 ‘사미인곡’처럼 긴 작품이 아닌 경우 대부분 한 호흡으로 완결된다”고 소개했다. 흔들림 없이 정갈한 서체에는 지구력과 성실함을 갖춘 작가의 인품이 투영됐다. 하지만 글 내용에 따라 서체를 달리하고 율동감까지 얹어 보는 감상자의 마음을 잔잔하게 흔든다. 서울 관훈동 백악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개인전은 연륜과 함께 한껏 숙성된 100여 점의 작품들이 만개한 꽃처럼 1,2층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윤선도의 ‘오우가’, 원효대사의 ‘발심수행장’, 노자 ‘도덕경’, 정인보 ‘조춘’ 등 고전 명문 외에도 작가의 자작시와 직접 그린 민화까지 선보인다. 전시는 4월 2일까지. (02)734-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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