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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기의 금감원

"갈 곳만 있다면 나도 퇴직하고 싶은 심경이에요." 금융감독원의 국장급 인사는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금감원에서 수십년 녹을 먹었지만 요즘 같이 직원 사기가 떨어졌던 때도 없다"는 말도 했다. 금감원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기관 및 임직원 제재권한 이관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10월30일 재취업 제한 대상이 4급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22명이 옷을 벗었다. 1급 1명에 2급 2명, 팀장도 4명이나 됐다. 자연히 금감원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금감원 직원들의 볼멘소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책은 금융위, 실무와 현장은 금감원으로 나눠져 있던 암묵적 합의가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등 중소 서민금융은 물론 은행권도 금융위가 직접 금융사를 접촉해 각종 주문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월 가계대출 중단 소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금융위는 가계대출이 급증한 금융사 임원을 호출해 대출에 신경 쓰라는 취지의 뜻을 전했다. 예전에는 금감원이 했던 일이다. 자신만의 고유 영역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금감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금감원은 부실 저축은행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검사 과정에서도 타성에 젖어 금융회사들의 원성을 산 일도 많았다. 아직도 금감원이 변하지 않았다면서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하지만 재취업 길이 막히자 줄줄이 사표를 쓰고 금융위와의 관계를 한탄하는 금감원 직원들의 모습을 '밥그릇 챙기기'로만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기관을 두 곳으로 나눠놓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 경쟁하듯 싸우는 일이 많다"며 "예전 금감위처럼 금융위와 금감원을 하나의 수장 밑에 두는 식의 기구 개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검찰'인 금감원에 정치색이 끼어들면서 '줄' 있는 사람이나 임원에 오른다는 하소연까지 들린다. 금감원의 정체성과 위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나갈 사람은 나가라'고 하기에는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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