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환호는 딱 여기까지. 기업 전체를 보는 시장의 걱정은 오히려 더 커졌다. 삼성전자와 함께 실적 투톱을 이뤘던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겨우 1.7% 늘어나는데 그쳤고 기아차는 10% 넘게 떨어졌다. 아예 적자로 돌아선 기업도 상당수에 달한다. 지난 주말까지 분기 연결실적을 발표한 금융사 제외 37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수익성이 좋아진 곳은 16곳에 불과하고 전체 영업이익은 4.5%나 줄었다. 삼성전자를 빼면 수익 감소폭은 무려 30%를 넘어선다. 실적 쏠림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는 모습이다.
환율 급락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한때 연중 최저인 1,050원대까지 내려왔으니 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실적 호조라는 단맛을 즐겼다. 삼성전자와 같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에게 저절로 찾아온 고성장은 체질개선이란 과제와 잠재된 위기를 잊게 만들었다. 이게 독이 됐다. 환율이 고꾸라지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믿었던 것으로부터의 배신이다.
지금 위기의 근원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고환율의 달콤함에 젖어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잊어버린 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실적부진과 경제력 쏠림의 실체다.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에 도전하며 미래성장산업을 발굴,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실적 쏠림을 기업과 산업간 균형 발전으로 바꾸는 길은 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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