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한 청소년의 영화 관람 후 소감-
지난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대강당에서는 특별한 시사회가 열렸다. 강이관 감독의 영화'범죄소년'(22일 개봉)이 14∼19세의 실제 보호관찰 대상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영됐다. 특별 손님으로 초대된 이들은 폭력,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개선 가능성이 높아 소년원 대신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다. 이번 행사는 이 영화를 기획한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의 특별 지원으로 이뤄졌다.
영화는 보호관찰 중 특수 절도 사건에 휘말려 소년원에 들어간 16세 소년이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를 만나 위안을 얻지만, 곧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며 겪는 일들을 담았다. 범죄의 비극적인 대물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범죄소년'은 지난 28일 폐막한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강이관 감독은 실제 3~4개월간 소년원에서 숙식, 동행 취재를 하며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를 연출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2년간 소년원 생활을 해야하는'10호 처분'등의 익숙한 법률 용어가 나올 때나, 보호관찰소에서 밤 10시~아침 6시에 집으로 자동 확인 전화를 걸어와 음성 판독을 하는 장면 등에서는 객석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번 영화를 기획한 인권위 김민아 씨는"외면하고 싶은 현실이기에 진지한 장면에서 외려 웃는 거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함께 관람한 서울보호관찰소 담당 계장은"지금껏 몇 번 영화 시사를 진행해봤는데 오늘처럼 아이들이 집중해 관람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신들의 모습이기 때문에 집중한 것 아닐까 싶었다"며 "보호관찰소에서 아무리 아이들을 이해 하려고 노력해도 아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귀엣말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영화 관람을 한 아이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인 듯 보였다. 시사회 직후 만난 A군(18)은 "어릴 때부터 사고를 많이 쳤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나 때문에 진급도 못 하신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며 "3년동안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했다. 마음 잡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B군(18)은"큰 꿈보다는 목표가 생겼다. 모든 범죄는'욱'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 같다. 마음을 잘 다스리고 일단 막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소박한 자신과의 약속을 이야기했다.
강 감독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가정에서나 사회적으로 구박받고 그래서 쉽게 위축될 수 있는데, 영화를 보고 부디 힘을 얻길 바란다"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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