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출판협회(전출협)를 대체할 새 단체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출판계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 단체가 설립될 경우 지난 1992년 전자출판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출협의 역할을 대신할 단체가 23년 만에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어서 출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출판계의 양대 기관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전자출판 산업을 부흥시키는 데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전출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출협에 새 단체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인회의는 전출협이 창립 이후 한국전자출판산업전과 디지털북페어 등을 개최하며 전자출판 산업의 부흥을 이끌어 왔지만,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출판사들이 전출협 회원에서 많이 탈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출판계를 대표할 단체로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출판인회의 관계자는 "전출협 회원사였던 출판사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전출협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감사원의 정부 지원금 사용내역 조사 과정서 전출협의 허위 전자 영수증이 발견되면서 협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출협은 이번 사태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임차료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전자출판과 관련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기능이 정지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훈령은 '위조변조 등의 방법에 의한 증빙서류를 관리시스템에 입력하거나 이를 정산 보고시 제출한 경우 해당액 반환 및 향후 1년이상 3년 이내에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출판인회의와 출협이 논의 시작부터 새 단체 구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신설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인회의는 출협과 출판인회의 두 단체가 중심이 돼 단체를 신설하자는 의견인 반면, 출협은 전자출판 관련 다른 단체들까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출협의 서울국제도서전 준비로 두 단체의 새 단체 신설 논의가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출판계 일각에서는 논의가 다시 진행되더라도 이견이 좁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두 단체가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뿐만 아니라 이 기회에 전자출판 헤게모니를 쥐어보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단체가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자칫 두 단체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독자 행보를 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영수 출협 회장은 "아직 전출협이라는 단체가 있는 만큼, 새 단체 신설 논의를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두 단체가 논의를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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