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1ㆍ4분기 성장률이 50년 내 최악을 기록했지만 개인 소비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기업 재고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독일ㆍ일본 등 주요 경제 대국 역시 2차 대전 후 최악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등 글로벌 경기가 암울해 현재로서는 낙관이 힘든 상황이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기가 올 2ㆍ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다면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기로 기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암울한 전망보다는 이날 상무부가 성장률과 함께 발표한 소비 지출, 기업 재고 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날 월가의 다우지수 등 증시가 성장률 침체 소식에도 불구하고 상승 출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먼저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날 조짐이 있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상무부는 지난 1ㆍ4분기 개인 소비 증가율이 2.2%를 기록해 2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기업 재고가 사상최고치인 1,037억달러 감소한 것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기에 생산 활동을 줄이고 그동안 쌓여 있는 기업 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는데 이들 재고가 빠른 속도로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는 것은 경기사이클상 바닥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와코비아은행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개인 소비가 늘고 기업 재고가 급속히 조정되는 것은 경기가 앞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최적의 조합이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기업 재고분 급감 때문에 지난 분기 성장률 감소폭이 -2.79%포인트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분기 발표에서 드러났듯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고 산업생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섣부른 바닥을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 투자도 37.9% 감소하고 개인 주택 투자도 1980년 이래 최대 하락폭인 38%나 떨어지는 등 여전히 투자 분위기가 갈수록 냉각되고 있어 경기 반등을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에 상승 신호와 하락 신호가 혼재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언제가 경기 바닥이고 또 반등할지에는 다소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수천억달러 국채 매입 등 시중 금리 인하 조치에 따른 기업 및 개인 대출 확대 효과가 빛을 볼 경우 개인 소비 지출 확대와 맞물려 미국 경기가 반등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모락모락하고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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