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은행인 VTB캐피털은 "(서구권의 추가 제재 등) 불확실성 리스크와 더욱 어려워진 금융조건 때문에 국내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며 "올해 2·4~3·4분기 러시아 경제의 리세션 국면이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주 푸틴의 '돈줄'을 겨냥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추가 제재 조치와 관련해 러시아 내부에서 "모기가 문 정도(콘스탄틴 코스틴 크렘린 고문)"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지만 러시아 금융시장에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진단이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사가 최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인 BBB로 유지했음에도 시장은 이미 러시아 채권을 '투기'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물 러시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들어 278베이시스포인트(1bp=0.01%)까지 치솟아 10개월 사이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또 외국인들의 자금이탈도 가속화되면서 올 1·4분기에만도 700억달러가 넘는 돈이 러시아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다봤다. 이는 러시아의 지난해 전체 자본유출액(600억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병력을 늘리는 등 크림반도를 넘어 우크라이나 본토에 대한 점령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큰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은 이날 AP통신에 "러시아군 수천명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 집결해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필립 브리드러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 역시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대단히 규모가 크고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크림반도를 접수한 러시아가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까지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하리코프·루간스크·도네츠크·오데사우크라이나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러시아 편입이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주민집회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 지역들마저 크림반도처럼 러시아와의 병합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서구권·러시아 간 무력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단 군 병력 증강에 대한 나토의 우려가 나오자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병력을 제한하는 국제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구권과 러시아 간의 힘겨루기가 이처럼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추가 제재 등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