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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어 사납금을 채우는 것이 걱정입니다. 경기침체의 깊이를 알겠네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1일 택시기사’ 체험에 나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날 오전 운전을 마치고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김 지사는 민심을 돌아보고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체험하기 위해 이날 오전7시부터 택시운전을 시작했다. 한 법인택시 회사의 택시를 배차 받아 미터기 조작법 등을 배운 뒤 운행에 나선 김 지사는 수원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30여분을 기다렸다가 첫 손님을 태웠다. 수원 지리를 잘 알지 못해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며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준 김 지사는 정오시까지 5시간 동안 8차례에 걸쳐 8명의 손님을 태워 평일 같은 근무시간 택시기사 평균 수입보다 약간 많은 3만여원을 벌었다. 하지만 사납금 6만9,000원과 연료비 1만원 등 7만9,000여원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김 지사는 “택시 승강장마다 길게 늘어선 택시들을 보니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겠더라”며 “손님이 정말 적었다”고 말했다. 택시 승객들은 대부분 운전석에 앉아 있는 김 지사를 알아보지 못했다. 정치에 관심이 적은 젊은 승객이 많았던데다 외국인 근로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수원역에서 인계동의 한 백화점까지 택시를 타고 간 여자 승객은 한참 만에 운전사가 김 지사임을 알아챈 뒤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며 “교사를 많이 채용해 일자리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를 알아보지 못한 다른 승객 윤모(32)씨는 김 지사가 말을 건넨 뒤에야 “동생이 최근 실직했다. 먹고 살기가 어렵다 보니 운전기사가 누구인지,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점심시간 기사식당을 찾은 김 지사에게 식당에 있던 택시기사들은 “택시요금이 낮게 책정돼 있고 요금체계도 문제가 있다. 택시운전하기가 힘들다”며 조정을 건의했다. 김 지사는 “택시운전사를 해보니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고 택시 운영시스템에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몇 차례 더 택시 체험을 한 뒤 시간이 되면 다른 분야 경험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택시기사 체험을 위해 최근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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