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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월 20일] 고 김수환 추기경 추모행렬이 말하는 것
입력2009-02-19 17:46:27
수정
2009.02.19 17:46:27
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인파가 명동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로 수십만명에 달하는 추모행렬의 열기가 영하의 날씨를 녹였다. 교인이나 정치인, 유명 인사들만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 민주화 피해자 등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이 운집했다. 고인이 우리 사회의 참된 지도자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명동 기적’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진정한 리더십과 올곧은 원로에 목말라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한국현대사에서 나타난 김 추기경의 족적은 왜 수많은 국민들이 그의 선종을 애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헐벗고 굶주릴 때나 독재권력이 승승장구할 때나 시대를 초월해 김 추기경은 지난 1962년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쇄신과 일치’를 평생의 사목 목표로 삼고 살아왔다. 그는 교회의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대로 실천했으며 항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 곁으로 가까이 가고자 노력했다. 목숨을 내놓고 독재권력에 항의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서울대교구장으로 있는 동안 가톨릭 교세가 8배나 늘어난 것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평생을 무소유로 살아온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구각막을 기증하고 소박한 장례식을 당부하는 등 희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물신에 지배당하고 기회주의가 판치는 세태 속에서 김 추기경은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과 정의의 길을 묵묵히 걷는 진정한 지도자의 표상이었다. 이제 김 추기경의 거룩한 뜻을 우리 모두의 정신자산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치 및 사회지도층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리더십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얼마나 깊어질지 모르는 불황의 그늘로 치닫고 있다. ‘사랑하세요.’ ‘고맙습니다.’ ‘내 탓이오.’ 김 추기경이 남긴 짧은 말들을 실천할 때 경제위기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참된 지도자 김 추기경에 대한 추모행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시대가 어떤 리더십을 갈구하는지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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