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추모의 의미는 퇴색하고 오히려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를 욕되게 하는 수준이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 차량을 부수고 차량 안의 분말소화기를 꺼내 뿌리거나 유리창을 잡아당기는 등 '광장의 논리'가 횡행하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캠코더와 무전기 등 368대의 경찰 장비가 파손됐고 경찰은 10개월 만에 물대포를 사용했다고 하니 이날 시위의 과격성과 폭력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날 시위 참가자 일부가 태극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직접 연출하고 이것이 여과 없이 TV 화면에 그대로 잡힌 점이다. 이날 시위에서 나타난 폭력 수준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 같은 행동은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준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오히려 경찰이 '추모할 자유'를 막았다며 사실을 호도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시위는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될 행동이 있다"며 부당성을 고발하는 글이 잇따른 것은 당연하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법을 지키지 않은 불법·탈법적 부정과 부패가 집약돼 나타난 결과다. 세월호 사건 추모 행사를 이유로 국기까지 불태우는 행위를 자행했다면 그것은 사회 모두를 욕보이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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