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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풍요로웠던 20세기는 살육의 시대

■증오의 세기(니얼 퍼거슨 지음, 민음사 펴냄)<br>인종·민족갈등·경제적 변동이 주범<br>무기와 전쟁 狂氣는 아무 상관없어


‘소련 공업화의 신, 스탈린’ 이라는 내용의 포스터. 스탈린은 세계 2차 대전 중 2만명의 폴란드인을 학살했던 ‘카틴 숲 사건’을 지시했다.

러일전쟁을 빗대 일본인 다윗이 러시아인 골리앗에게 총을 쏘고 만주를 얻으려는 내용의 독일 만화.


무기가 사라진 세상에서는 정말로 대량학살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 차례의 끔찍한 세계전쟁, 그 후에도 끊임없이 벌어진 내전 등 20세기가 피로 물든 이유가 과연 파괴적 무기의 대량 생산 때문일까? 20세기는 풍요로운 시대였다. 민주주의와 복지 개념이 확산되고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 이전 세기에 비해 연평균 성장률이 열 배 이상 높아졌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영양상태가 좋아졌으며 전염병을 퇴치하면서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 하지만 풍요로운 20세기를 인간은 피로 물들였다. 역사상 최대의 재앙이었던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출신 저명한 역사가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는 20세기를‘살육의 시대’라고 명명한다. 그러면서‘살육의 시대’가 된 원인을 현대 무기의 확산이나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기존 역사학자들의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20세기 최악의 충돌에서는 소총과 도끼, 칼 같은 조잡한 무기들이 주로 사용됐으며 그게 이유가 된다면 20세기 후반엔 20세기 초ㆍ중반보다 더욱 강력한 충돌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파괴적인 현대 무기의 등장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은 사람을 더욱 효율적으로 살해하려는 욕망에 대한 응답에 불과할 뿐 실제로 지난 100년간 발생한 폭력과 파괴적인 무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 저자는 가장 잔인한 세기였던 지난 100년간 전쟁의 광기를 이해하려면 학살 행위의 동기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퍼거슨 교수는 20세기 극단적인 폭력성의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인종 및 민족 갈등, 경제적 변동성, 제국의 쇠퇴가 그것이다. 우선 20세기는 인종상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유전 법칙이 널리 보급된 시기라고 설명한다. 1940년대 대량학살이 자행된 지역들은 여러 민족이 정착해 살고 있던 지역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불황과 호황을 오가는 경제의 변동성은 인종, 민족 갈등과도 관련이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빈부격차가 커지면 소수 민족 집단을 적대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세기의 충돌을 이해하려면 제국의 흥망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은 제국이막 형성될 때와 몰락할 때 자주 발생하고 이전 제국이 쇠퇴하면서 생긴 권력의 공백 지대나 분쟁지역에서 극단적 열망을 품은 제국의 출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물러난 자리에 소련, 독일, 일본 등의 제국이 등장한 것이 그 근거다. 책은 다양한 주제들을 방대한 분량에 걸쳐 다루면서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를 대비할 것을 조언한다. “모든 인간이 공유한 인간애를 부정한 어두운 세력은 여전히 우리 내부에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같은 언어를 공유하며 평화롭게 통합돼 있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연약한 문명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는 오늘날 20세기의 역사가 주는 교훈을 외면해선 안 될 이유다. 4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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