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 약세가 7년 만에 끝나는 것인가. 뉴욕 월가의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의 달러 강세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있다. 달러 가치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사이클상의 변곡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 7월 이후 유로화에 대해 무려 6.0% 급등했고 엔화와 파운드화 대해서도 각각 3.6%, 3.5%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환 트레이더들이 달러 약세 포지션을 대거 청산하고 있으며 달러화에 주요 통화가 항복(capitulation)하고 있다”며 “달러 환율이 분수령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화는 역사적으로 5~7년 주기로 강세와 약세를 반복해왔는데 지금이 약세 장 끝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화를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DIX지수는 2001년 말 이후 35% 하락했다. 통화 가치는 기본적으로 해당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반영한다. 따라서 미 경제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는 다소 의외인 게 사실이다. 달러ㆍ유로 환율은 불과 1개월반 전만 해도 유로당 1.6달러선을 돌파했다. 7월15일 달러 환율은 유로당 1.603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졌음에도 달러 가치가 추세적 전환점을 모색하는 것은 미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제침체 가능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는 달러 상승의 한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의 달러 강세는 세계 경제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반드시 달갑지만은 않다. 환율 덕을 보겠지만 세계 경기가 하강하면 수출이 늘어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의 둔화 가능성은 유로화 15개 통용 국가인 유로존 경제의 기관차인 독일 경제가 급랭하면서 고조되고 있다. 독일의 6월 중 산업수주는 이달 6일 지난달에 비해 2.9% 감소해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산업 수주의 지속적인 감소는 세계 최대의 수출 대국으로 내수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의 하강을 의미한다. 이탈리아는 2ㆍ4분기에 마이너스 0.3% 성장해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유럽권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4.25%인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부활을 꿈꾸던 일본은 다시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내각부는 7일 월간 경제 보고서에서 4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회복’이란 표현을 삭제해 경기가 후퇴 국면에 들어갔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달러 가치의 방향성은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세계 경제 3대축 가운데 어느 쪽에서 먼저 회복세를 타는가가 관건이다. 강달러의 추세적 전환이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강달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케빈 에젤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200일 평균선인 1.5226달러를 하향 돌파한 이상 1.46달러까지는 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파리바의 이언 스탠너드 수석 외환전략가는 “미국 경기침체에 쏠렸던 금융시장의 우려가 유로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연말까지 1.45달러를 유지하겠지만 유로 가치 하락에 속도가 더 불어 내년에는 1.3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미 경제 침체의 골이 깊고 신용위기가 이어지는 한 달러 가치의 추세적 전환은 어렵다는 분석을 소개하면서도 “이런 악재들은 이미 그동안의 달러 약세에 반영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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