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2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 영빈관. 41억6,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가스전 개발과 가스화학플랜트 계약이 체결됐다. 자원외교 역사에 새겨질 또 한 번의 성과를 거뒀다.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졌다. 지난 2006년 3월29일 산업부에서 정유ㆍ화학을 담당하던 기자의 기사의 제목은 "한ㆍ우즈벡 석유ㆍ가스전 4곳 공동개발 합의." 5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을 동행한 정치부 기자로 우즈벡 수르길 프로젝트의 본계약 체결 현장을 지켜봤다. 기자로서 취재했던 내용의 처음과 끝을 지켜보는 영광을 누린 셈이다. 5년 전 중앙아시아 자원외교의 첫 발을 내디뎠던 수르길 프로젝트는 초기에는 순항하는 듯했다. 2006년 당시 나망간, 추스트 석유광권과 우준쿠이, 수르길 가스전 등 4곳의 석유ㆍ가스전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1년이 지난 2007년 2월 수르길 프로젝트의 사업의정서 교환으로 진행됐다. 2008년에는 민간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도 구성됐다. 이명박 정부의 1호 자원외교 성과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르길 프로젝트 자체를 위협했다.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힘들어지며 투자가 보류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2월 한ㆍ우즈벡 정상회담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LG상사와 SK가스가 내부 사정으로 컨소시엄을 탈퇴하며 컨소시엄 지분정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수르길 프로젝트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 공동개발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거치며 결실을 맺었다. 어느 정부나 자원외교를 외친다. 하지만 자원외교는 1~2년 만에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전 정부에서 시작한 수르길 프로젝트가 현 정부 말기에 결실을 거두듯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UAE원전 등을 포함해 자원외교의 결실을 거둔 정부로 평가될 것이다. 이제는 다음 정부를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자원외교의 씨앗을 뿌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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