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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에서 산부인과를 운영중인 의사 A씨는 최근 병원입구에 ‘피부과 진료도 합니다’ 라는 게시물을 부착해 놨다. 최근 환자가 급감해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줄 수 없을 정도로 경영상태가 악화 되자 고육지책으로 타과진료도 함께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피부과 원장 B씨는 “최근 내가 아는 동료의사 5~6명도 병원문을 닫고 큰병원에 취직하거나 타 지역으로 옮겼다”며 “산부인과ㆍ소아과 동료의 경우 병원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피부과 또는 성형외과 진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고유가, 물가급등 등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환자가 줄어들자 병원들은 타과 진료도 마다하지 않고 살아남기에 몸부림치고 있다. 늘 여름방학, 휴가철 특수를 누리던 피부과ㆍ성형외과ㆍ안과 등도 올해는 예약환자가 줄어 매출감소에 고심중이다. 서울에 수군데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피부과 네트워크의 C원장은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방학및 여름휴가철 예약환자가 20%정도 줄어들었다”며 “특히 소득이 많지 않은 서민층의 경우 환자자체가 줄어들었을 뿐만아니라 가급적 저렴한 치료를 원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여드름 치료환자의 경우 예전같으면 피부스케일링과 레이저 치료등 비용이 비싸더라도 단시간내 빠른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을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치료효과가 좀 더디더라도 일반적 약물치료등 저렴한 치료를 원하고 있다는 것. 다만 부유층의 경우 여전히 고비용의 치료를 더 선호하고 있어 불황에 따라 치료패턴도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A원장의 설명.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원장 K씨도 “지난해보다는 7~8월 휴가철 예약환자가 10~20%정도 감소했다”며 “전화로 수술비용을 묻는 문의는 많이 오지만 실제 병원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과들의 경우 라식수술 인구가 급감하면서 비싼 수술기계의 장비 임대료조차 내지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소위 잘 나간다는 인기과조차 블황에 시달리면서 많은 개인병원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 6일 의료계와 중소병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병원의 휴폐업률은 8%로 5.6%를 기록했던 2005년과 2006년에 비해 2.4%포인트 높아져 최근 3년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병원들이 어려운 것은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기 쉬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중소병원 스스로 비용절감과 재무구조개선, 서비스 확대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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