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일본 골프계는 한국이 완전히 '접수'했다. 배상문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김종덕이 시니어 투어에서 상금왕에 올랐고 특히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의 안선주(24)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금퀸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에서 4년 동안 7승을 올렸던 안선주는 일본으로 건너간 뒤 매년 4승씩 달성해 2년 새 8승을 쌓았다. 올 시즌 상금만 1억2,792만엔. 한화로 약 19억원의 거금이다. 한창 들떠 있을 시기지만 30일 전화상으로 만난 안선주는 생각 외로 차분했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시즌이 완전히 끝나봐야 기분을 알 것 같다"는 안선주는 "곧 히다치 3투어 챔피언십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월11일 지바에서 총 상금 5,700만엔을 놓고 벌어지는 이 대회는 어디까지나 이벤트성 대회지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안선주는 완벽한 마무리를 원하는 듯했다. 올 시즌 퀸의 지위를 지키게 한 일등공신으로 "달라진 마인드"를 꼽은 안선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기가 닥치면 당황해서 망치는 경우가 잦았는데 올해는 침착하게 넘어가곤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일본에서 2년째라 적응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란다. 어느덧 프로 데뷔 7년차를 바라보는 '중견'의 자부심이 배어 나왔다. 아무리 프로라지만 그래도 타국 생활이 외롭지는 않을까. 안선주는 "외로움은 별로 안 느낀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한국 동료들도 있고 일본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낸다고. 가장 친한 일본 프로가 누구냐는 질문에 아리무라 치에, 모리타 리카코 등의 이름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안선주는 "한국 선수들이 워낙 좋은 성적을 내니까 아무래도 견제하는 시선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면 된다. 상금왕을 확정했을 때는 일본 동료들한테 축하 선물도 받았다"며 웃었다.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일본어에 능숙해진 안선주는 계속해서 일본 투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더 넓은 무대로 나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권유에 안선주는 "미국 진출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동 거리도 너무 멀고…. 그보다 일본 투어의 가족적인 분위기에 만족한다. 계속 남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0위 내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규 멤버가 아닌 선수는 6위에 랭크돼 있는 안선주뿐이다. 일본 투어를 마음에 쏙 들어 하는 이유가 무엇보다 금전적인 실익 때문은 아닐까. 안선주는 "많은 분들이 일본이 '알짜'라고들 하시는데 오해가 있다"며 웃어넘겼다. "3년째에 세금을 몰아서 내야 하더라고요. 한국에도 따로 내야 하고…. 세금이 절대 적은 게 아니랍니다." "겨우내 쇼트 게임을 더 가다듬을 생각"이라는 안선주는 "올해보다 더 멋진 기량으로 상금 1등을 지키는 게 내년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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