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 차장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녀석만 보면 후회가 밀려온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원하는 것을 사주기만 했더니 용돈을 규모 있게 쓰지 못하고 걸핏하면 돈이 없다고 투정부리기 일쑤기 때문. 그는 "요즘에서야 어르신들이 '얘들 원하는 거 다 들어주지 마라'는 충고가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 말한다.
반면 교사로 일하는 김씨의 첫째 아들은 중학생이지만 경제 관념이 상당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김 씨가 아이 이름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어 용돈을 계좌를 통해 보내면서 아들이 자연스레 돈 관리 방법을 터득한 덕분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은행을 들락거리도록 환경을 만들었더니 용돈 관리 노하우를 터득한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직장 3년 차인 김 대리는 아버지 회갑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고민이 커졌다. 친구들간의 모임, 자아 계발 등으로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회갑 기념으로 아버지 선물까지 챙기려니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고민 끝에 은행에 관련 적금을 붓기로 작정했다. 막상 관련 상품을 찾아보니 어린이 전용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상품의 종류가 적었다. 다만 5월에는 이런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은행이 있어 가입할 계획이다.
가정의 달 5월이 코 앞이다. 5월이 되면 가족 생각을 한번이라도 더 하기 마련이다. 특히 어떻게 우리 아이를 돈 관리를 야무지게 하는 똑똑한 아이로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한편에서는 경제력이 약해진 부모님들을 위한 적절한 금융 상품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이런 금융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입과 함께 금융 교육 효과를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게끔 설계된 어린이 상품은 물론이거니와 부모님의 용돈이나 효도 차원의 이벤트, 건강 검진 등 서비스와 연계된 금융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어린이 용돈 관리를 적금 상품으로=금융 상품의 가입 대상을 제한해 놓은 상품이 눈에 띈다. 이들 상품들은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적금 형태로 통장에 넣는 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신한은행의 '키즈플러스 패키지'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만 가입할 수 있다.
통장뿐만 아니라 신한 계열사의 보험, 증권, 카드 상품도 함께 가입할 수 있으며, 적금에 가입하면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를 면제받는다. 통장 정리를 할 때마다 능률교육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영어문구를 새겨주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하나은행의 '꿈나무 적금'의 가입 대상은 만 18세 이하다. 어린이들이 원하는 문구로 통장 이름을 지을 수 있으며, 칭찬 스티커북을 제공해 저축할 때마다 스티커를 받는 재미도 있다. 적금 금리는 기본 3년제로 최고 연 5%가 적용되며 희망대학을 정하고 합격했을 때 축하금리로 연 2%를 추가로 받는다.
◇영화 할인이나 상해보험 가입=은행들은 어린이 전용 상품의 특징상 어린이의 생활패턴을 고려했다. 18세 미만 주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KB 주니어Star 통장ㆍ적금ㆍ체크카드 상품은 금리 우대, 무료보험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혜택을 통해 스스로 저축하는 습관을 키워주는데 적합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용돈 관리를 위한 KB 주니어스타 체크카드는 유해업종 결제가 안 되는 클린카드 기능과 영화ㆍ편의점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농협은행은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신난다 후토스 어린이통장'을 출시했다. 입출식과 적립식 2종류로 구성되는데, 입출식 통장은 잔액 100만원까지 최고 연 3%의 금리를 적용한다. 계약 기간 어린이 상해보험인 'NH키다리보장보험'을 무료로 가입해준다.
가입 연령 제한이 없는 상품으로는 우리은행의 '토마스와 친구들'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우리 토마스 통장'과 예ㆍ적금 패키지가 있다.
우리 토마스 적금 상품의 경우 월 10만원 이상 자동이체를 하거나 보육비 지원카드인 '우리 아이사랑카드'의 결제계좌로 지정하면 100만원 이하 잔액에 연 2.1%의 금리를 준다. 현금인출카드인 '우리 토마스 IC카드'도 무료로 발급해준다. 특히 우리 토마스 적금은 신규 10만원 이상 납입 고객에게 어린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카드의 'Kids Plus카드'는 영유아 보유 고객에게 육아를 위한 카드 소비 시 혜택을 부여한 카드다. 건강한 내 아이(병원, 약국할인), 이쁜 내 아이(할인점, 오픈마켓할인), 똑똑한 내 아이(유아전문기관, 학습지 할인), 행복한 내 아이(키즈카페, 테마파크, 아쿠아리움 할인) 등의 콘셉트로 각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정의 달 맞아 어르신 겨냥한 상품도 눈길=부모님과 부모님을 부양하는 자녀들을 위한 상품도 관심을 모은다. 대표적인 상품은 우리은행의 '우리 호두(孝Do!)통장ㆍ적금'. 개인고객만 가입이 가능하고 가입금액에는 제한이 없다. 월별 사용한도를 설정할 수 있는 부모님 용돈용 현금카드와 본인용 현금카드에 대해 당행 자동화기기 현금인출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적금 상품의 경우 저축기간이 36개월이지만, 중도해지요건을 크게 완화해 자유로운 자금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부모님 회갑이나 가족여행 등 적립 목적에 맞춰 '아버님 칠순잔치 적금', '부모님 효도관광 적금'등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름을 지정할 수 있으며, 부모님의 회갑ㆍ칠순ㆍ가족여행 등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해당할 경우 약정이율을 적용해 중도해지에 따른 손실 없이 원리금을 지급한다. 이 적금의 3년 기본금리는 연3.8%이며, 최대 0.5%p의 우대금리를 제공하여 최고 연 4.3%의 금리를 적용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9년 하반기 무렵부터 판매를 시작해 올 3월말 현재 177억 이상이 팔렸다"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현시점에서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한 부모님을 부양하는 자녀들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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