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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보는가… 내가 그녀를 보는가

로니 혼 개인전 '당신은 날씨입니다'

벽을 둘러싼 100장의 얼굴 사진, 감상자 보는 듯한 착각 불러 일으켜

유심히 보면 사진마다 다른 표정, 날씨·자연 등 미묘한 변화 표현

일상에 무관심한 현대인에 경종

국제갤러리 3관에 설치된 로니 혼의 조각작품 '무제' 중 일부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감상자를 빤히 쳐다보는 그림 속 인물은 언제나 주목받았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그러했고 심지어 티치아노가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마네의 '올랭피아'는 누드 여인의 무심한 듯한 눈빛을 두고 '관객을 조롱한다'는 식의 논란까지 일었다. 그럼에도 이들 작품은 오늘날 미술사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 관객과 마주 보는 100개의 얼굴이 있다.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2관에 전시 중인 현대미술가 로니 혼(59)의 설치작품 '당신은 날씨입니다(You are the Weather)'이다.

5~7장씩 걸린 동일한 여성의 클로즈업한 인물 사진은 얼핏 같은 사진처럼 무표정 일색이다. 그러나 여성은 덤덤하다가도 입을 조금 벌리거나 눈썹을 올리고 턱을 들었다 이마를 찌푸리는 식으로 유심히 살펴야만 감지할 수 있는 표정 변화를 보인다. 게다가 사진들은 관람객의 눈높이와 딱 맞아떨어지는 위치에 한 줄로 띠처럼 걸려 있다. 때문에 전시장 가운데서 벽 쪽 작품을 바라보면 사방 100개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는 감상자가 작품 속 여성의 시선에 의해 둘러싸이는 '역전(逆轉) 효과'가 일어난다. 내가 작품을 봐야 하건만 작품이 나를 보는 '뒤바뀐 입장'의 상황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이 촬영되고 전시되는 방식으로 인해 관객은 시선에 의해 응시되는 관음증적 상황에 놓인다. 당신은 당신을 주시하는 한 여성에 의해 둘러싸이게 되는 것이다"며 이 같은 상황까지도 작가가 의도한 작품의 일환임을 밝혔다. 정신을 환기한 후 다시 사진을 보면 여성의 미묘한 표정 변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힘'의 흐름을 깨닫게 되고 '당신은 날씨입니다'라는 작품명처럼 자연·빛·물·날씨 등에 내재하는 끊임없는 흐름을 되새기게 된다. 일상의 작은 변화도 유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며 작가는 현대인의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로니 혼은 미국 중·고교 미술 교과에서 등장할 정도로 미술사적 위상을 굳힌 작가다. 예일대를 졸업한 뒤 1990년대에는 부조리 사회를 고발하는 참여미술도 선보였으나 우연히 여행한 아이슬란드의 자연에서 문화 충격을 받고 이후 그곳의 온천·수영장 등 '물'을 배경으로 다양하게 작업했다. 직관적이면서도 명상적이고 서정적인 동시에 문학적인 미술작품으로 정평 나 있다.

한편 3관에서는 마치 출렁이다 멈춘 거대한 물 덩어리 같은 대형 유리조각을 선보였다. 대지의 기운을 머금은 수정, 바다에서 찾아낸 영롱한 조약돌을 떠올리게 하는 연한 녹색의 1톤짜리 유리 조각에는 '바람을 거슬러 나아가는 빛' '하나의 색감으로 변질된 무지개' '유성우(流星雨) 속에서 잠들었던 것에 대한 슬픔의 감각' 등 문학적인 부제가 달렸다. '무엇이 보이는지'가 아니라 '어떤 생각이 드는지' 내면의 풍경화를 그려보게 만든다. 22일까지.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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