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는 '골프여제'를 꿈꾸는 코리안 유망주들의 배양지다. 골프 환경이 좋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이민 2세나 어린 나이에 골프 유학을 떠난 한국계 샛별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뉴질랜드에 리디아 고(17)가 있다면 호주 교포로는 이민지(18)가 있다.
아마추어인 이민지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GC 블랙스톤 코스(파73)에서 개막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8타를 쳤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이번 대회 1·2라운드에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한 조로 편성됐다. 이민지는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6언더파로 선두에 나선 가운데 4언더파 69타를 적어낸 박인비보다 1타 앞서는 선전을 펼쳤다.
이민지는 지난해 말 프로로 전향한 리디아 고가 차지하고 있던 아마추어 세계 1위 자리를 이어받은 강자다. 4년째 호주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달 초 LET 대회인 볼빅 RACV 호주 마스터스에서 샤이엔 우즈(미국)에 이어 준우승했고 이어 지난 2월23일 호주여자프로골프 투어 빅토리안 오픈에서는 프로 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1년 호주 퍼스로 이민 간 부모 사이에서 1996년에 태어난 이민지는 학교에서 수영을 하다가 10세 때 골프채를 잡았고 12세 때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대표로 선발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활달한 성격처럼 플레이도 망설임이 없는 스타일이다. 볼 앞에 서면 잠시 생각한 뒤 곧장 어드레스에 들어간다. 이번 대회에도 직접 보낸 출전신청을 조직위원회가 받아들여 나올 수 있었다. 대회장에 함께 온 어머니 이성민(46)씨는 "지난해 10월 고교를 졸업한 민지에게 미국 유명 대학에서 입학 요청을 했지만 본인은 오는 8월 US 여자아마추어선수권이 끝나면 프로로 데뷔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씨는 한국에서 프로 테스트를 본 골프선수 지망생이었다.
이민지의 롤모델은 호주 출신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40승을 기록 중인 캐리 웹(40). 2주 전 LPGA 투어 호주 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 날 웹과 함께 경기했다. 우승을 차지한 웹은 경기 후 이민지를 찾아가 "내가 그 나이 때는 그렇게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이 대회는 독특하게 개인전 외에 2명씩의 17개국 대표선수 성적을 합산해 팀 순위도 가리는데 박인비와 세계랭킹 5위인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이 대표로 나선 한국은 순조롭게 출발했다. 유소연도 이날 3타를 줄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커우(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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