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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판부에 청탁 좀 해주세요"
입력2006-08-11 16:25:40
수정
2006.08.11 16:25:40
“사건 의뢰인이 재판부에 로비 좀 할 수 없냐며 조르더군요. 제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요즘엔 그런 거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한 후에 법조 비리 사건이 터져나왔습니다. 전 재판부에 로비도 못하는 무능한 변호사가 돼버렸습니다.”
한 로펌의 변호사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법조 비리 사건으로 인해 겪는 고충(?)을 털어놨다. 고법 부장판사가 브로커의 청탁을 받고 보석, 가처분, 민사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해 그 결과가 청탁받은 대로 나왔다는 검찰의 조사 결과 보도 이후, 의뢰인들의 항의 때문에 변호사들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판사들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침통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이라는 게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질 수밖에 없는데 언제나 진 쪽은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판사가 내린 판결이니까 승복한다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터진 법조 비리 파문 때문에 재판부에 대한 불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구속된 조관행 부장판사로부터 과거에 재판을 받은 바 있는 소송 당사자가 “과거의 판결도 믿지 못하겠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까지 했다.
법원 기자실에도 “판사가 재판 기록을 조작했다”식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도 찾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번 법조 비리 사건은 극히 일부의 판사와 검사가 저지른 비리로 대다수의 판사와 검사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홍수시 제방 한곳이 무너지면 뚝 전체가 쉽게 무너지듯이 일부 법관들에 대한 불신은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법원과 검찰은 죄를 벌하고 각종 분쟁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관으로 처벌받는 자와 패소한 측의 원망과 불만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법원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각급 법원별로 긴급회의를 소집해 일선 판사부터 고위 법관까지 의견을 수렴해 대법원 차원에서 오는 16일 대국민 성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번 대책이 요식 행위가 되지 않도록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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