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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세월의 마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뒤로 하고 정해년의 햇살이 밝았다. 정유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지나갔다. 누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엄숙한 것이 바로 시간’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은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순식간에 예외 없이 과거로 만들어버리면서 어디론지 계속 흘러간다. 그러기에 시간은 참으로 무정한 개혁가이기도 하다. 시간이야말로 참으로 위대한 발명품이다. 시간의 발명으로 인해 우리 인간은 지루함에서 해방됐고 과학ㆍ철학ㆍ문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는 이 엄숙하고도 위대한 발명품을 계측하는 단위로서 언제부터인가 일(day), 년(year)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됐다. 이는 태양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의 길이를 차용해서 만든 것으로 일관성ㆍ균등성과 반복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일, 년과 같은 시간의 길이는 과학적으로는 매년 같겠지만 우리가 느끼는 체감길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기분 좋은 날의 길이는 슬픈 날보다 길게 느껴진다. 또 나이 많은 사람이 느끼는 1년은 젊었을 때의 1년보다 훨씬 짧게 느껴진다. 마치 대나무 마디가 밑둥치로 갈수록, 즉 나이를 먹은 부분일수록 마디 길이가 짧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무엘 울만(Samuel Ulman)은 ‘청춘(Youth)'이라는 시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요, 마음의 상태이다/단지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은 아니다/이상(理想)을 버릴 때 우리는 늙는다…”고 읊조린다. 나이든 세대에게는 크나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세대는 인류역사 100만년을 통해 원시적인 것과 가장 현대적인 것을 공유하는 점이지대에 살고 있다. 다름아닌 경계인인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의 농촌의 모습은 2,000년 전 ‘주몽시대’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원시 농경시대의 삶 그대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산업시대를 겪으면서 이제는 최첨단 지식ㆍ정보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지식ㆍ정보 사회에서는 시간도 중요한 부(富)의 요소로 등장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이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새해가 시작됐다. 흘러가는 세월이 무슨 마디를 남기겠는가마는 우리는 지혜롭게도 어제로부터 365일간의 길이를 ‘서력기원 2007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새로 맞이하는 정해년(丁亥年 )이라는 세월의 마디가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고 또 매일매일 새로워지기를 빌어본다. ‘우리가 별 의미 없이 살고 있는 오늘이야 말로 어제 죽은 자들이 그렇게도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 아닌가’라는 경귀(警句)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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