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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집단휴진 강행] 의료대란 없었지만 곳곳 불편

박 대통령 "명분없는 파업 책임 물을 것"<br>주말 진료 못한 환자들 문 연 병원찾아 우왕좌왕<br>일부 대형병원 대기시간 평소보다 2배이상 걸려<br>응급실 전문의까지 참여… 24일 2차휴진이 더 걱정


전국의 동네 의원 10곳 가운데 3곳이 문을 닫은 10일.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문을 연 병원을 찾아다니느라 우왕좌왕했고 정상 진료를 한 병원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대기실 의자에 앉아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대학병원은 대부분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들을 진료했지만 일부에서는 대기시간이 2배 이상 늘기도 했다.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이 훨씬 많았고 전공의들의 하루 공백 정도는 다른 의사들이 채울 수 있기 때문에 걱정했던 '의료 대란(大亂)'은 없었다. 그러나 2차 집단 휴진(24~29일)마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국민들의 보건안전이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의료계와 정부가 하루빨리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상가 건물에는 피부과와 안과·이비인후과·치과·한의원 등 10여개의 의원들이 입주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주말 동안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몰리면서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이날은 썰렁했다. 의협 소속이 아닌 치과와 한의원 등을 제외한 7곳 의원이 일제히 문을 닫았던 것. 간판과 실내등은 모두 꺼졌고 출입문에는 '오늘(10일) 휴진합니다'는 안내문 한 장만 붙어 있었다.

의원들의 휴진 참여 여부를 미리 확인하지 않고 진료를 받으러 온 시민들은 불이 꺼져있는 모습에 당황해 했고 두세 차례 출입문을 흔들어보다 휴진 안내문을 발견한 채 씁쓸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감기로 고생하는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이비인후과를 찾은 전모(45)씨는 영문을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기자로부터 파업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아이가 목이 매우 아파 진료를 받아야 하는 데 걱정"이라며 문을 연 의원을 찾아 밖으로 향했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마스크까지 쓴 아들은 연신 콜록대며 얼굴을 찡그렸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상가 건물에는 의원 11곳 가운데 4곳만 정상 진료를 하고 있었다.

손자의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를 찾아온 방모(60)씨는 문이 잠긴 것을 보고 "아이 데리고 나오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어쩌냐"며 당황스러워 했다.

일부 의원들은 '휴진' 표시를 내걸었지만 환자를 받기도 했다. 한 내과는 겉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문이 열려 있었고 대기실에는 몇몇 어르신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내과 관계자는 "원래 영업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을 물리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참여한 대학병원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정상적인 진료가 가능했으나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애초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세브란스병원은 큰 혼란 없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졌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절반이 넘는 3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참여인원은 200명 미만이라 정상 진료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80~100여명이 연수교육 등의 형태로 원내에 머물며 휴진에 참가하고 있다"며 "다만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유지인력은 참여를 안하고 외래에도 최소한의 인원을 남겨 놓았기 때문에 큰 진료 차질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절반가량이 파업에 참가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비뇨기과는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비뇨기과 간호사는 "평소 전공의들 4~5명이 교수진료를 보조하는데 파업참가로 1명만 남아 환자들 대기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이비인후과 일반의 진료의 경우 전공의 부족으로 당일 환자는 받지 않고 예약환자만 진료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안과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전진료와 검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대기를 했다.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오늘 휴진은 교수님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최소한의 인원만 참가하는 형태로 이뤄졌지만 24일 전면파업시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휴진에 나설 경우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하는 등 진료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 가운데 1,500여명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토론하며 일부는 헌혈에 동참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3년 차로 있는 최모씨는 "의협의 기조에 동의한다"며 "중환자실 원가보전이 70%밖에 안 되는 등 의료 현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턴 1년차인 이모씨는 "정부가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것부터 잘못"이라며 "교수님들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휴진에 참여한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하는 등 행정 조치에 나섰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의료기관은 11일부터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의사들이 14년 만에 집단휴진에 나선 이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오는 24일부터 예정된 2차 집단 휴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협은 11일부터 23일까지 전공의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하기 등 준법진료를 진행한 뒤 24~29일까지 엿새에 걸쳐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특히 2차 휴진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배치된 전공의들까지 참여한다. 특히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반발해 파업 참여 의사 수가 계속 늘 수 있는 만큼 2차 휴진은 국민 건강에 커다란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날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이모(43)씨는 "국민들은 몸이 아플 때 잘 치료받기를 원할 뿐"이라며 "정부와 협상이 잘 돼 하루빨리 의사 파업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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