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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왜 자꾸 편가르기만 하는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다. 국내에서 전개되는 식자들간의 토론과 언론 보도 성향도 겉으로는 같은 줄기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이분법적 사고가 많이 얽혀 있어 개운치가 못하다. 북한에 먹을 양식을 보내주는 문제와 민족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원자폭탄 실험의 문제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해외 언론들의 보도 성향이나 외국에서 한국을 좀 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뿐 아니라 향후 벌어질 문제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적 성향과 연결해보면 다양하지만 하나의 줄기라고 할 수 있다.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과연 북한이 핵폭탄을 개발하는 극단적 수단을 강구했겠는가 하는 의견으로 여론의 방향을 잡기도 한다. 다양한 목소리는 여론 형성에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여론 선도 계층인 지도자들이 양분법적인 논지를 통해 여론을 형성한다면 핵폭탄의 어마어마한 파괴력만큼이나 젊은 층의 사고방식 형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분법적 논지를 전개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분법적 사고가 사회 전체의 여론 형성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 그 발생 원인이나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토론이 생략된다는 데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달성하는 과정의 전개 방법도 중요하다. 얼마 전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가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친 학생들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과정이야 어쨌든 시험에 합격해야겠다는 결과에 집착한 현상이다. 좀더 심각한 현상으로 개인의 생활에서도 이분법적 사고가 자리를 크게 잡는 것 같아 걱정이다. 우리 집에는 나이가 찬 딸이 하나 있는데 선을 보고 난 후에 신랑감에 대해 물으면 결론에 집착한 이분법적 대화만 한다. 물론 한눈에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고 헤어질 수도 있으나 신랑감이 되는 총각이 어째서 좋고, 나쁘다고 판단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진전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왜 좋더냐, 혹은 왜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물음은 지나가는 말이나 짜증나는 질문으로 치부하고 만다. 이렇듯 우리도 모르게 이분법적 사고는 깊고 넓게 세대간을 가로지르면서 뿌리를 내리는 게 아닌가 몹시 걱정이다. 여론 지도층의 분발과 사고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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