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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대상] 양익재

우아·순수미 겸비한 '鶴의 자태'




‘우아하고 세련됐지만 자신을 뽐내지 않는 겸손한 집’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미적 가치가 뛰어나면서 동시에 자연의 소박함을 품은 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순간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소박하기만 하다고 우아해 보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양익재는 그런 면에서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의 가치가 충분한 집이다. 경기 여주군 금사면의 한가한 시골마을에 자리잡은 이 농촌주택은, 대자연 속에서 언제라도 화려한 날개를 펴고 비상할 것만 같은 우아하고 수수한 학의 자태를 닮았다. 양익재는 평생을 이 마을 토박이로 살며 2남3녀를 키워낸 노부부에게 그 자녀들이 지어준 가족의 공간이다. 일반적인 주택은 방의 배치를 가장 우선시한다. 하지만 양익재에서 노부부가 주로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은 거실과 부엌, 그리고 마당이다. 주말에 찾아오는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 방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일 뿐이다. 그래서 양익재의 방은 모두 북향이다. 현관과 중정을 사이에 두고 연결된 북쪽 동에 4개의 방이 배치됐다. 햇살이 쏟아지는 남쪽 동은 거실과 주방, 뒷마당의 몫이다. 날개의 연결고리인 중정에서는 바로 앞 정원 너머로 산의 계곡이 바라다보인다. 남쪽 동과 북쪽 동 역시 산을 조망할 수 있다. 산과 산이 이어지며 골짜기를 만들어내는 계곡 지형의 입지적 특성을 잘 살려낸 것이다. 집 짓는 데 들어간 재료는 콘크리트와 목재, 유리가 전부다. 노출 콘크리트의 담백한 외관과 군데군데 박힌 직사각형 유리창, 그리고 햇빛을 향해 시원하게 열린 통유리창 등이 수수한 소화를 이룬다. 3.3㎡(1평) 당 공사비 약 300만원과 설계ㆍ조경까지 포함해 돈은 2억여원밖에 들이지 않았다. 돈을 많이 안 써도 얼마든지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있음을 한국건축문화대상이 공인해 준 셈이다. [인터뷰] 설계자 안우성 종합건축사사무소 온고당 대표 “좋은 작품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는 것은 모든 건축가들의 꿈입니다. 건축을 하다보면 좋은 작품을 해 볼 기회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기회를 주신 건축주에게 감사드려야겠지요.” 한국건축문화대상 첫 출품에서 본상의 영예를 거머쥔 안우성(사진) 온고당 대표는 “마음 넉넉한 건축주 덕분에 서민을 위한 집이면서도 건축적 가치가 있는 집을 지을 수 있었다”며 건축주에게 공을 돌렸다. “양익재가 자리한 곳은 노인 부부가 평생을 살며 자녀들을 키워낸 인생의 터전입니다. 주변 이웃에 피해를 주거나 위화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소박하게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의도를 반영하려 애썼습니다. 건물을 한 덩어리로 크게 짓지 않고 두 개의 날개 모양으로 나눈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처음부터 과시하기 위한 목적의 집이 아니었던 만큼 철저하게 노부부와 자녀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동시에 수십여 호의 농가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좋은 집이요? 집의 기능도 물론 중요하지만 살고 있는 사람의 특징을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익재에도 과시할 줄 모르고 겸손한 주인 일가의 모습이 투영돼 있습니다.” [인터뷰] 시공자 윤은자씨 단독주택의 시공자ㆍ건축주는 보통 집 주인 1명이지만 양익재의 경우는 다르다. 장성한 자녀들이 의기투합해 고향의 부모님께 새 집을 지어드렸기 때문에 2남3녀 모두가 시공자요 건축주다. 가족 대표인 윤은자씨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좀 더 편하게 사시고 형제 자매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집을 지으려 했던 것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타게 돼 당황스럽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양익재가 자리한 마을은 윤씨, 이씨의 집성촌이고 윤씨 형제 모두가 자란 곳이어서 아무래도 새 집이 이웃에 위화감을 주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형제 중 한 명이 오래 전부터 스타일과 실력을 알고 있던 안우성 온고당 대표에게 설계를 부탁했다. 집의 쓰임새와 신축 비용, 기본적인 방 배치 등의 사항만 주문하고 설계자에게 전부 맡겼다. 윤 씨는 “사실 주변 지형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안 대표가 무려 1년 동안이나 주위 산을 오르내리고 해남의 윤선도 고가에까지 견학을 다녀오는 등 엄청난 열정을 쏟아줬다”며 “훌륭한 집이 나온 것은 전적으로 설계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짓기 전에는 디자인보다는 살기 편한 집이 좋다며 불만스러워하던 형제들도 준공 후에는 소박한 멋과 편리함을 두루 갖춘 멋있는 집이라며 만족해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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