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84 이하 88까지는 외길 수순이다. 백86으로 87의 자리에 이을 수는 없다. 흑이 86의 자리에 막으면 하변의 백 2점이 속절없이 잡히기 때문이다. 백88이 놓인 시점에서 박영훈은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검토실에서는 다양한 가상도가 만들어졌다. "흑이 거북해 보입니다. 중앙을 그대로 틀어 막히자니 너무 억울하고 그렇다고 반발하자니 그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요."(윤성현) "패를 결행하는 것은 어떨까 중앙의 상변 방향에 패를 내는 수단이 남아 있었으니까 그것과 연관시켜서 쌍패 비슷하게 엮을 수만 있다면 유력할 텐데…."(서봉수) "그건 백이 환영할 것 같은데요."(윤성현) 서봉수가 말한 것은 참고도1의 흑1로 끊어 패모양을 만들어놓고 다시 5의 자리에 젖혀 또 하나의 패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얘기였다. 백은 10으로 두어 흑대마의 안형을 빼앗으면서 흑에게 응수를 묻는다. 흑이 11로 일관성 있게 잡으러 오면 백12로 건너 붙이는 수가 강수로 등장한다. 이 코스는 흑이 괴롭다. 패를 결행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음으로 심도 있게 검토된 것이 참고도2의 흑1로 그냥 올라서는 그림. 백은 일단 2로 단수를 치고 볼 것이다. 흑으로서는 5에서 13까지로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는데 백은 14로 3의 위에 따내게 될 것이다. "이건 흑이 못 이기는 그림이야. 하변이 모두 백의 수중에 넘어갔는데 좌변은 아직도 미지수거든."(서봉수) 박영훈은 장고 10분만에 흑89, 91로 일단 좌하귀를 다부지게 확보하는 길을 선택했다. 백의 외세가 막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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