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가사5단독 이내주 부장판사는 트랜스젠더 A(52)씨가 낸 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대기업에 다니던 A씨는 성정체성을 숨긴 채 결혼했고 아들 B씨도 낳았다. 하지만 A씨는 화장을 하고 여성복을 입는 등의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A씨는 부인과의 갈등 끝에 결국 이혼했고 당시 8세이던 아들 B씨는 경제적 문제로 A씨가 양육하게 됐다.
이혼 후 A씨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갔다. 유방수술과 성대수술 등을 통해 여성의 모습을 갖춰갔으며 성기 절제 수술도 받았다. 당시 어렸던 B씨는 긴 시간 동안 아버지가 변하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B씨는 고등학생이 된 후 아버지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겨우 안정을 찾은 듯했다. 그러나 A씨가 성년이 된 B씨에게 성별 정정에 동의해달라는 신청서를 보냈고 가족 간의 갈등은 다시 시작됐다.
B씨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를 떠올리며 아버지의 요구를 거부했다. 아울러 아버지의 성별이 바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가 모두 여성으로 기재돼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법원에 호소하기까지 했다.
성소수자의 행복을 우선할 것이냐, 부모로서의 책임을 중시할 것이냐의 사이에서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A씨의 모친이 신청 취지에 동의하지 않았고 전처와 아들도 반대 의견을 밝혔기에 성별 정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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