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이 쇼핑을 할 때, 대개 남자들은 2시간 후면 “조금 쉴까”라고 말한다. 이미 지칠 때로 지친 남자와 다르게 이제 시작인 여자는 생각한다. ‘쇼핑을 좋아하는 남자는 없을까’
예전에는 대부분의 커플들이 이런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요새 주위를 둘러보면 여자친구의 파우치보다 더 큰 파우치를 들고 다니는 남자, 여성 브랜드의 옷을 구입하는 남자처럼 ‘나보다 더 잘 꾸미는 남자’가 수두룩하다.
‘패션리더’하면 빠질 수 없는 권지용은 근래 팬들에게 약간의 충격을 안겨 주었다. 최근 공개된 신곡 ‘쿠테타’와 ‘삐딱하게’ 무대에서 치마를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종종 사복으로 치마를 입고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이슈가 됐었다.
이러한 트렌드를‘젠더리스룩’이라고 부른다. 젠더리스룩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유니섹스룩의 진화된 형태다. 유니섹스룩이 여성들의 성차별에 대한 해방감을 표출하고자 시작됐다면, 젠더리스룩은 ‘젠더(gender)’에서 파생된 말로 성의 구별이 없는, 남녀 의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중성적인 패션을 말한다. 점점 중성화된 옷을 추구하는 이유는 성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성 역할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성 역할 경계가 무너진 것이 패션에 영향을 끼쳤다. 젠더리스룩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확실한 표현의 패션이다.
이번 ‘2014 S/S 서울 패션위크’에서도 젠더리스룩은 대세였다. 모델 안재현과 배우 이현우 등 남자 연예인들은 여성들의 스키니진과 같이 다리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패션쇼에 참석했다. 프리미엄 청바지 제임스진스의 관계자는 “최근 초식남, 육식녀들의 젠더리스룩 열풍으로 남성팬츠도 한층 슬림해진 것이 트렌드”라며 열풍을 인정했다.
이처럼 패션업계도 젠더리스룩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허리가 잘록한 상의나, 남성용 레깅스인 메깅스, 남성용 치마 등 다양한 의상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젠더리스룩 남성 소비자들은 ‘남자는 남자답게’보다는 부드러운 내면을 보여주려 한다. 똑같은 남성복만을 고집하는 남자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남자가 트렌드다.
이제 패션업계과 트렌드를 앞서가는 남자들은 치마를 입을 준비가 되어 있다. 조금 어색할지 모르는 미니스커트만 아니라면, 치마 입는 남자와 함께 쇼핑을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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