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현칼럼] 자유인의 자세
입력2006-12-10 19:11:13
수정
2006.12.10 19:11:13
바야흐로 대선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바람직한 대통령의 철학과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있다.
유력한 대권 주자들은 자신의 독특한 통치철학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고인이 된 몇몇 애국열사 혹은 전직 대통령과 가장 유사한 인물이 자신임을 표나게 내세우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까지 필사적으로 행해졌던 ‘전직 깎아내리기’를 지켜봤던 국민들로서는 의아하기 그지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작가 마르게리트 유르스나르는 로마 5현제 중의 한 사람인 하드리아누스의 입을 빌어 인간들의 오류는 그가 갖추고 있는 덕목을 계발하지는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서 그가 갖추지 못한 덕목을 얻어내려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훌륭한 인물들’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기보다는 대통령으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자질을 내세우는 것이 국민들에게는 신선하고 정직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말로 들릴지 몰라도 권력보다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 궁극적으로 자신이 가진 대통령의 권력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그럼으로써 모두가 각자의 권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드리아누스가 현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권력보다 자유로운 인간의 철학, 자유인이 되는 기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다음 대통령은 기존 정치인의 탈을 벗은 진정한 ‘자유인’이기를 원한다.
자유는 세상 만물의 존재 이유이자 힘의 원천이다.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인간답게 됐다. 이러한 자유의지는 인간이 문명을 창조하고 문화를 성숙시키며, 무한한 진화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자유의지는 생물체에게는 ‘돌연변이 유전자’라는 형태로 나타나 생물체의 진화를 돕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정해진 법칙을 거부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는 생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생존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다음 대통령이 될 ‘그’에게 필수의 기본 자질로 자유로움을 갖도록 요구하게 된다.
그 중에도 우선 같은 것을 거부하는 자유로움을 요구하고 싶다. 괴테는 ‘우리는 모순으로 인해 비옥해진다’라는 말을 했다. 어두움과 밝음, 슬픔과 기쁨 등에서 보듯 ‘차이’나 ‘다름’의 대립 쌍은 ‘다른 것이 존재함으로써 내가 존재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르친다. 그러한 나와 다른 것, 모순되는 것들의 존재가 이 우주 속의 작디작은 우리를 오히려 값지게 만드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오히려 나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드는 ‘위대한 자유로움’은 때로는 불행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것을 견디고 이겨나갈 수 있는 자정능력(自淨能力)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같은 자유로움이다.
두 번째 자유로움은 기존의 지식, 관념, 철학, 좋은 말 등 ‘남의 것’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다.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 속에 넣으면 갑자기 내가 충만해진다고 착각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남의 것은 남의 것일 뿐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이 바로 우리의 살과 뼈가 되지는 않다. ‘취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값비싼 소화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소화능력은 ‘얻은 것’을 분석하고 고르고 판단해 한 켜 한 켜 속에 쌓아나갈 수 있는 사색의 힘, 즉 개인의 자유의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노회한 사고와 때 묻은 전략으로 채색한 기성 정치인의 그림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자유의지로 무장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자유로움은 바로 나로부터의 자유로움이다. 자신의 나태함ㆍ비굴함ㆍ열등감ㆍ교만함 그리고 턱없는 개인 욕심으로부터 벗어나는 극기(克己)가 여기에 해당된다. 정치인들이 특히 경계할 것은 오르막의 정점에서 누구나 갖기 쉬운 교만함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의 오류이다. 오르막의 정점에서는 곧 내리막길이 있음을 아는 자는 겸손하며, 겸손의 지혜는 스스로를 교만과 욕심에서 자유롭게 만든다. 그것은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른 것, 모순되는 것들을 수용하는 지도자의 너그러움으로 자리잡는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지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부동산 정치의 난맥상 등 내부문제와 북핵ㆍ통상ㆍ외교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는 오늘의 이 어려움을 딛고 우리 모두가 가진 꿈을 그와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