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 12월 국내 골프전문기자와 PD 등 총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골프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 결과 1위는 최경주, 2위는 신지애가 차지했다. 1위 대한민국 골프 대표브랜드 최경주 (1970년생, 나이키골프, 1994년 프로입문, 미국 PGA 투어 7승, 2008년 세계랭킹 18위)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 지난 1996년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거둔 후 99년 일본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고, 그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PGA 투어 자격을 획득했다. 2002년 5월 콤팩클래식에서 첫승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 PGA 투어에서 7승을 거뒀고, 통산상금만도 1,9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 우승, 세계랭킹 10위 안에 든 최초의 아시아 선수 등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섰다. 최경주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로도 인정받고 있다.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세 가지 철학'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고향 완도에서 암벽을 타면서 정상은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는 '계단의 철학'을 깨우쳤다. 마음의 잔을 비워야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빈잔의 철학'을 통해서는 겸손을 배웠고, 온실 속 묘종보다 생명력이 강한 잡초를 보고서는 '잡초의 철학'을 습득했다." 그가 늘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선행의 실천. 평소 각종 자선활동에 큰 관심을 보여온 그는 2007년 11월 '최경주 재단'의 출범과 더불어 기부와 나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단은 청소년, 골프, 복지 등 크게 세 분야에 치중해 자선사업을 벌인다. 그는 많은 것을 꿈꾼다. 메이저대회 우승, 명예의 전당 헌액 등은 골프선수로서 그가 이루고픈 목표다. 아울러 '열심히 살았고, 골프를 통해 여러 가지 의미있는 일을 했던 진정한 스포츠맨'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그가 오늘도 클럽을 잡는 진정한 이유다. 응답자들은, 월등한 실력과 더불어 뛰어난 품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최경주를 한국골프의 대표브랜드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LPGA에서 많은 한국 여자 선수들이 우승을 거두는 데 비해 PGA 투어에서 고군분투하며 한국골프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데 후한 점수를 줬다. 또한 역경을 극복하는 강인한 정신력, 모범적인 선수생활, 뛰어난 언변, 각종 자선활동 등은 그가 골프계 최고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항상 '스윙을 고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 초반 우승을 거두자 곧바로 감량 프로젝트에 착수하기도 했다. 시즌 도중 체중을 줄이고 이에 맞는 스윙을 익히는 모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기자는 그에게 '진화하는 탱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 권훈(연합뉴스 부장) 2위 '신 여제'의 세계를 향한 티샷 신지애 (1988년생, 2005년 프로입문, 2006~2008년 KLPGA 상금랭킹 1위) 1989년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던 작고 귀여운 꼬마 숙녀의 얼굴은 아직도 앳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유의 눈웃음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그녀의 이름과 위상은 더 이상 앳되지 않다. 오히려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에 국민의 한줄기 희망이 됐던 ‘골프여왕’ 박세리 이상의 기대를 받는 ‘지존’ 신지애가 됐다. 이런 기대는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1월 ADT 챔피언십을 제패한 신지애를 보고 “LPGA는 소렌스탐이라는 출중한 스타를 잃었지만 신지애라는 또 다른 스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기대를 받는 선수가 된 것이다. 그녀가 프로의 길로 들어선 것은 2005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SK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우승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듬해 2006년 태영배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3년 동안 18개 대회를 우승했다. 3년 연속 다승왕과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휩쓸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받았던 상금을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무려 75억7,000만원이다. 백만장자가 됐지만 그녀는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기부천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녀의 말을 빌면 “기록이 훌륭한 선수보다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말이 있다. “나 자신을 이기자.”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초등학교 때 새겨준 좌우명이다.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이겨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골프를 해오며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8년 브리티시 오픈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이다. 갤러리들은 그녀가 마지막 퍼트를 하기 위해 그린에 올라서기 50m전부터 새로운 ‘여제’의 탄생을 예감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환호를 받으며 ‘지존’이자 ‘천사’인 신지애가 지금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응답자들은, 현재까지의 기록도 뛰어나지만 그녀가 가진 성장 잠재력에 후한 점수를 줬다. ‘포스트 박세리’가 아닌 ‘퍼스트 신지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그녀의 실력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프로입문 후 뉴스메이커로 자리잡은 점에도 주목했다. "사람들은 골프는 몰라도 신지애는 알고 있다. 특히 ‘박세리키즈’인 그녀는 현재의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희망을 선사하는 새로운 빛이 될 것이다." - 김경무(한겨레신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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