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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개혁 핵심은 여성ㆍ이공계ㆍ비영남 인사의 발탁이다. 그동안 소외된 진영에서 전문성을 중심으로 발탁함으로써 차기 정부의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박 당선인의 인사 방향은 물론 전체적인 국정 방향은 20일 현충원 방명록에 나와 있다"면서 "그가 방명록에 쓴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말은 개혁하되 임기 초반 반짝하고 그치지 않는 근본적이고 무거운 방식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자신과 같은 여성ㆍ이공계 쪽에서 인재를 찾되 연이은 영남정권이라는 부담을 덜기 위해 자신의 고향이 아닌 수도권ㆍ호남에서 우선 발탁하겠다는 게 박 당선인 측 복수 인사의 전언이다.
◇여성장관, 위원장 대폭 늘어날 듯=박 당선인은 여성 대통령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선거 내내 강조해왔다.
차기 정부 인선에서 이런 변화의 조짐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여성에게 '유리천장'과 같았던 정부 요직이나 핵심적인 자리에 능력 있는 여성 인재가 과감하게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은 ▦2017년까지 여성 인재 10만명 양성, ▦여성 장관 및 정부위원회 내 여성 위원 비율 단계적 대폭 확대를 공약했다. 그는 한때 선출직 여성 30% 할당 같은 적극적인 여성 공약도 검토했다.
한 측근은 "당선인이 여성 인재 발탁 의지가 강하다"면서 "정부가 앞장서면 이런 흐름이 민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선대위원장ㆍ대변인ㆍ여성행복추진단장 등에 여성을 대폭 기용했다. 이들은 박 당선인과 정책 철학을 공유한 여성의 경우 차기 정부의 초대 장관 등 내각에 기용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핵심 부처에 이공계 기용 가능성=이공계의 경우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부 주요 요직에서 배제돼온 게 사실이다. 박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생태계(ICT) 부처를 신설해 이들의 능력을 활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친박계 핵심인사는 "미래창조과학부는 현 정부의 기획재정부와 비슷한 정도로 부처 가운데서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이공계 관련 부처가 핵심으로 부상하면 자연스럽게 이공계 인사의 고위직 진출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공계 특유의 비정치적ㆍ비계파적 성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이공계 출신을 비례대표 1번으로 발탁했고 이공계 출신 벤처기업가 등을 공천이나 선대위 인선에 적극 반영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고위직에 이공계를 등용하는 것은 박 당선인 입장에서 변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남정권 색깔 벗기 나설 듯=탈(脫)영남 인사의 적극적 발탁은 '국민대통합' 콘셉트와도 직결된다. 과거 영남정권에서처럼 지역적 편파성을 인사에 드러내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상징성이 높은 인수위원장ㆍ국무총리 등의 자리에 호남 출신 인사 하마평이 나오는 것도 박 당선인의 의지와 맥이 닿아 있다. 박 당선인을 보좌해온 인사 중 이학재 전 비서실장. 윤상현 수행 단장 등이 수도권과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차후 참모진 인선에 연결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상징성만 강조한 비영남 인선은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당선인 주변에서 수년간 자리잡은 영남 인맥이 한두 번의 인선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영남 출신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면 여론의 비판을 받으니 오히려 보이지 않는 직책에 앉다 막후 영향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얼굴마담 격인 비영남 수장과 실세인 영남인사 간 힘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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