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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1.0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0점대 출산율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옵니다." 전재희(61ㆍ사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출산율 문제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 밤에 잠도 설칠 지경이다. 여름휴가 기간에도 책을 보며 집에서 주로 휴식을 취했지만 틈 나는 대로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고심했다. 평소 전 장관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ㆍ고령화 추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해왔다. "내가 더 낳을 수도 없고…"라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했고 "저출산 문제를 생각하면 등에 활활 타는 불을 지고 있는 기분"이라고까지 다급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2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전 장관은 "제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렸으니 앞으로 국가와 사회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인구 쓰나미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화두가 됐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언론매체에서 처음으로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늦둥이 다둥이 아기울음이 희망이다'라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 데 이어 최근 복지부의 후원으로 창간기획 시리즈인 '인구대재앙'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비상벨을 울리는 건 제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오는 2020년부터는 고령세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니까 그 전에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인구구조를 바꾸는 데는 15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가 봐도 다급함을 느끼니까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시도별 출범식에 참석하시느라 바쁜 것 같습니다. 직접 돌아보시니까 어떻습니까. ▦국민들에게 문제의 심각성과 조기 대처의 필요성을 알리고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좋습니다. 지금은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경력을 쌓는 것과 결혼하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절반은 전자를 택합니다. 그게 현재의 흐름입니다. 또 아이를 낳는 데 있어 양육과 보육의 부담 등 비용부담 때문에 안 낳고 사는 게 행복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양육과 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맡아 해결해주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게 지금 추세입니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울경제신문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보면 보육문제나 교육문제가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아이가 짐으로 인식된다는 시대적인 흐름도 있죠. 국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태어나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 부모가 되는 순간입니다. 늦게 애를 낳은 분의 말을 들으니 "발이 땅에 닿는 거 같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5시 반에 출근하는데 애기와 한시간이라도 보내기 위해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고 합니다. 자녀를 낳아서 키워보지 않으면 그 기쁨을 모릅니다. 인생의 가장 큰 행복ㆍ보람이 아이를 갖는 것임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확대돼야 하겠지만 개인적인 성향이라는 시대 흐름을 아이 낳기 좋은 흐름으로 강화시킬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민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개인이나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 낳는 보람이나 기쁨을 전하는 캠페인을 전개해야 합니다. 정책당국이나 경제계에서는 국민들에게 위기를 알려줘야 합니다. 정책당국은 한정된 재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저출산 극복문제를 선순위에 둬야 합니다. 경제계는 저출산이 지속되면 소비ㆍ인력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곧바로 기업에 다가올 텐데 기업에는 당장은 그게 안 보입니다. 애기 낳고 출산휴가를 가면 귀찮아한다든지, 구조조정 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기업에는 단기적으로는 편하겠지만 아주 가까운 시기에 기업의 기반이 무너질 겁니다.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되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어 보입니다. 언론에서도 이런 점을 다뤄주시면 좋겠습니다. -출산율이 1.0 밑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 현실화될 조짐입니다. 설마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물경제 위기가 서민들에게 큰 타격을 줬는데요. 그러다보니 결혼도 늦추고 출산도 늦추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럴 때 강하게 정책적으로 감동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5년 뒤에, 10년 뒤에 내 기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라면 아이 낳기 친화기업으로 가야 합니다. 한두 기업만 하면 안 되잖아요. 저는 강의요청을 잘 하는데. 아예 사장님들 모아놓고 강의하고도 싶습니다. 지금 60대, 50대, 40대 소비성향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미래사회가 지식정보화 사회인데 해당 산업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력 있는 젊은이들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국내에서 살아야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대통령에게 세금을 낮춰달라고 하지 말고 출산장려정책을 써달라고 주장해야 그게 진정한 미래를 보는 기업이죠. -미국이나 일본도 베이비부머 세대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 성장을 했다가 지금 주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인구가 노령화된 상태에서는 해도 성과가 안 나타납니다. 저출산이 심각합니다만 우리에게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 동네를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애를 낳을 나이 같으면 배를 불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니까요.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복지부도 셋째를 낳으면 주는 혜택이 있습니까. ▦공무원 사회도 과감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치단체에도 과감하게 100억원씩 준다고 하면 출산율을 올린다고 뛰어다니지 않을까요. 2009년 몇 월 며칠부터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대학까지 책임지겠다고 하면 안 될까 싶기도 하고. 저출산과 관련된 정부 정책의 상당수가 저소득층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보편적 정책인 출산율 정책이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돈을 조금씩 조금씩 푸니까 정책이 성과를 못 나타냅니다. 보편적인 정책으로 못하더라도 영향력이 큰 정책으로 정부가 강하게 푸시하고 국민들도 알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에 각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큰 교회는 아이를 낳으면 100만원을 준다고 하고 어느 교회는 셋째를 낳으면 100만원을 준다고도 합니다. 국민을 겨냥해 홍보한다면 아이 낳는 기쁨을 위주로, 정책당국이나 기업을 포커스로 맞춰서. 이건 경제5단체장이 뛰어다녀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경제5단체장도 만나려고 합니다. 제가 늦게나마 태풍이 밀려오는 것을 아는데 가만히 있으면 직무유기입니다. 저도 이런 문제로 비상벨을 울리고 다닐 줄 몰랐네요. -범정부 차원의 성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대통령님께서도 국정 어젠다로 삼겠다고 국민운동 출범식에서 말씀하셨고 그렇게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수많은 국정 현안이 밀려오다 보니 아직 종래의 패턴에서 확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가 군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런 저출산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장관님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얼마 전 경북지역 운동본부 출범식에서 한 방송국 사장님이 회의를 소집해 '채용할 때 기혼자를 우선하게 기혼자 크레디트를 주라'고 했다고 합니다. 셋째 자녀를 낳자는 것은 욕심이 앞섭니다. 둘째를 낳아야 셋째도 낳으니까요. 결혼을 빨리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0대에 결혼한 사람의 출산율과 30대 결혼자의 출산율이 다릅니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스무살만 넘으면 나가서 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서른 넘게까지 데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자녀와 같이 사는 게 부모에게는 행복하고 충족감을 느끼겠지만 전체적으로 삶의 궤적을 보면 너무 오래 둥지에 두면 안 됩니다. -저출산 문제는 취업 문제와도 연관되는 것 같습니다. ▦6ㆍ25전쟁 때는 부모를 잃고도 잘 살았는데 요즘은 너무 완벽하게 케어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옛날에는 한두 자녀 낳아서 공부를 많이 시키면 내 자녀가 잘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두 자녀를 낳아서 좋은 학교에 보내고 박사학위를 받아도 나중에는 소용 없게 됩니다. 차라리 고등학교까지만 보내고 두 명, 세 명을 낳는게 더 낳다고 합니다. 박사학위는 앞으로 평생학습체제로 가니까 직장에 가서 하면 되는데 인구구조가 바뀌면 그렇게 안 됩니다. 이제는 하나만 낳아서 박사로 만드는게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에 첨단의료복합단지 탈락 지역의 반발이 큽니다. 단일지역 선정에서 공동 선정으로 바뀐 데 대해 정치적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이 대형 국책사업이라 지자체 두 곳을 빼고는 전 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한 치열한 경쟁사업이었습니다. 국가로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 제가 그 부분에 올인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책임 있는 부분이 오시면 평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두개 지역을 선정한 이유는 첫째는 의료기기의 범위도 넓고 의학도 넓지 않습니까. 우선 각자의 인프라에 따라 특성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작용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유치할 때는 전력을 다하고 이후에는 노력을 안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업은 정부의 지원보다 민간을 유치해 유능한 인력을 끌어서 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과 특화를 위해서 두 곳을 선정했습니다. 처음부터 둘로 하지 않은 이유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나로 하자고 내려온 거고 심의하는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들이 꼭 하나만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해서 두 곳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눠먹기라고도 하고 대구가 유력했다고 하는데 제가 심사위원 60명에게 "대구에 점수를 잘 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제가 볼 때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환자 유치여건은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잘 살리면 블루오션이 될 것 같고요. 제약이나 의료기기는 국내에서 자기들이 활동해왔지만 해외시장 개척은 왕초보 단계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임상여건이 좋고 인력도 있으므로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고 협력하는 체계가 되면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화장품산업을 많이 키워야 합니다. 제가 와서 육성ㆍ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화장품의 브랜드 파워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화장품은 전세계 사람이 다 바르잖아요. 아픈 사람도 바르고. 앞으로는 u헬스케어산업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신종플루에 따른 사망자가 발생하고 감염속도도 빠르게 진행돼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치료제도 충분하지 않고 백신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데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습니까. ▦현재 531만명(11%)분의 치료제(항바이러스제)를 확보하고 있고 지난 21일까지 보건소ㆍ거점치료병원 등에 27만명분의 공급을 완료했습니다. 또 신종플루 2ㆍ3차 유행 발생 등 대유행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인구 대비 20%까지 국가 비축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예방 백신을 조기에 확보해 11월부터 접종을 시작, 내년 2월까지 대부분 완료할 계획입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앞에는 항상 '여성 1호' '여성 최초' 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전 장관은 지난 1973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문화공보부와 노동부 노동보험국장, 직업훈련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1994년 경기도 광명시에서 여성 최초로 관선시장을 지낸 데 이어 1995년에는 광명시 초대 민선시장으로 여성 최초 기록을 이어갔다. 정계에는 16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입문했다가 임기 중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보궐선거를 통해 자신이 시장을 지냈던 광명을 지역구에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처럼 중앙부처 공무원과 광명시장ㆍ국회의원 등 공직을 두루 지낸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장관 15명 중 변도윤 여성부 장관과 더불어 유이한 여성 장관이다. 전 장관은 "나는 술도 못 마시고 노래도 잘 못하고 돈도 안 쓰면서 정치를 했다" 면서 "정치보다는 행정이 적성에 더 잘 맞는다" 고 말했다. 그런 그가 보건과 복지에다 여성부에서 떨어져나온 가족까지 포함한 초대형 부처를 1년간 무리 없이 이끌어온 것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꼼꼼하게 일을 챙기느라 복지부 공무원들은 쉴 새 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 장관이 복지부 장관에 오른 후 복지부는 하루도 쉴 틈이 없었다. 취임 당시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공포와 의료민영화의 괴담이 국민들 사이에 회자됐고 미국에서 시작된 유례없는 금융위기로 저소득층을 위한 긴급복지에 지난해 한 해를 모두 보냈다. 올해 들어서도 석면 파우더 공포를 일으킨 '탈크 사건' 에 '신종플루' 공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 장관은 그때마다 잘못한 점은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영리의료법인 도입' '일반의약품 약국 판매 허용' 등을 놓고 대립할 때도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 이런 모든 점들이 36년간의 다양한 행정경력과 3선 국회의원, 행정 각료 등을 거친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전 장관은 개각 때 총리 후보로까지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두루 인정받는 여성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저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으로 기억되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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