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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탈세명단 빼낸 팔치아니… "영웅인가, 죄인인가" 불붙은 논란

전 세계 10만여명의 탈세를 방조한 HSBC의 초대형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가운데 수년 전 HSBC 고객명단을 처음으로 빼낸 에르베 팔치아니(43·사진)가 논란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초대형 은행의 부정을 만천하에 공개한 '용감한 내부고발자'이자 '제2의 에드워드 스노든'인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기밀을 훔친 '영악한 범죄자'인지 사태 확산과 함께 논란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세계를 시끄럽게 한 HSBC의 탈세방조 스캔들을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 팔치아니를 소개했다. 모나코에서 자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중국적 소유자인 팔치아니는 지난 2000년에 HSBC에 입사한 뒤 제네바 소재 HSBC 개인자산관리(PB)사업부에서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로 일한 2006~2007년에 고객 10만6,000여명의 명단을 몰래 빼돌렸다. 이후 2008년 애인으로 추정되는 동료 여성과 레바논으로 날아간 그는 명단을 은행권에 팔아넘기려 시도했으나 레바논 은행가들의 신고와 동행했던 여성의 배신으로 스위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후 곧바로 프랑스로 도주한 그는 고객명단 자료를 프랑스 당국에 넘겼다. 이를 받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재무장관(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은 명단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며 대대적인 탈세조사를 벌였고 이것이 발단이 돼 스위스가 완강하게 지켜온 은행비밀주의 원칙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페인은 2012년 스위스의 요청에 따라 팔치아니를 체포해 5개월간 수감했으나 곧 그를 내부고발자로 인정해 석방 조치했으며 현재 그는 프랑스 국립정보자동화연구소(INRIA) 연구원으로 일하며 조세회피 조사를 돕는 한편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여전히 그를 산업스파이 및 은행비밀주의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다.



한편 HSBC의 탈세방조 혐의의 파장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탈세자 명단에 리펑 전 중국 총리 딸부터 오사마 빈라덴의 재정후원자들까지 온갖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PAC)와 미국 법무부 등 각국 당국이 HSBC에 대한 조사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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