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도 한류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어 올해부터는 저작권 수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오는 손님(외국 출판사)만 맞았는데 앞으로 손님을 찾아 나서기 위해 여러 채널을 활용할 것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2010)' 등 최근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출간한 박은주(54ㆍ사진) 김영사 대표는 22일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저작권 수출에 힘을 싣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별다른 대책 없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는데도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영사의 저작권 수출이 약 10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2007년 이후부터 성장의 폭이 커지고 있다"며 "한류가 대중문화에만 국한된 현상이라고 여겼는데 출판업계도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 아동서 외에 자기계발서ㆍ경제경영서 등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권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는 저작물의 주제에 대해 그는 "돈ㆍ자기계발ㆍ여성ㆍ성공"으로 압축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언어장벽,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동안 만화ㆍ동화 등 상대적으로 이해하기가 쉬운 아동서와 교육용 만화 등이 저작권 수출의 주요 대상이었는데 한류의 영향으로 그 대상이 성인물로 확대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국 등에서 여성들의 성공과 사회진출 관련 책에 관한 문의가 많다"며 "중국ㆍ베트남ㆍ태국 등 동남아지역 국가들은 일본보다 한국의 저작물에 대한 선호도가 더 크다. 일본의 독특한 오타쿠적인 출판물보다 한국의 것이 정서적으로 범용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도서전은 물론 출판물 수출 에이전시 등을 통해 수출 대상 저작물도 적극 알릴 계획이다.
박 대표는 'CEO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2001)' 'CEO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2004)'에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세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또 심리학자로는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2002)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대한 생각'을 다음달 출간하는 등 굵직한 저자들의 신간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김영사 편집자로 입사해 9년 만에 대표에 오른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로 비인문학서적 가운데 국내 첫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웠고 '닥터스(1989)'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2003)' '먼나라 이웃나라' 등을 히트시키면서 출판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경제경영서ㆍ자기계발서 분야로 시장을 확대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또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1999)' 등 아동교육서 분야에서도 베스트셀러를 기획해왔다.
박 대표는 "좋은 책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간다"며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정보화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지식은 결국 독서를 통한 숙고와 통찰을 거쳐야 하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이 생산될 수 있도록 양서를 기획ㆍ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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