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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에 기록한 6·25전쟁

우신출 화백 유족들 종군스케치·수채화 전쟁기념관에 기증


1950년 9월28일 서울 수복 이후 우리 국군은 동부전선을 따라 북진했다. 태극기를 앞세우고 전진하던 이들 앞에는 '묵호 석양'의 평화로운 풍경도 있었지만 싸늘한 주검이 된 전우와 죽어있는 노루떼를 넘고 가야하는 '삶과 죽음'의 비통한 순간도 교차했다. 총맞은 적군을 구출해 들것에 실어 나르는 긴박한 상황은 숨을 죽이게 만들지만 위문편지를 읽고 '5분간 휴식'에 빠져든 장병들의 모습은 안도와 희망을 준다. 단광 우신출 화백(1911~1991)은 종군화가로 서울수복 이후 1950년 10월까지 17일 동안 국군과 함께 이동했고 그 생생한 현장을 스케치와 수채화, 일기 등 95점의 기록으로 남겼다. 우 화백의 유족들은 이들 종군기록화를 23일 전쟁기념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기증 작품들은 6ㆍ25 전쟁을 기억하는 희귀자료로 소장된다. 종군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군인의 일상과 진군지 주변 풍경 등을 고루 담고 있다. 양양에서 그린 스케치 '환영(歡迎)'은 국군을 반기는 주민들의 모습이다. 고향에 들른 젊은 군인은 군용트럭에서 내리기도 전에 아내 품에 있던 아기를 먼저 받아 안으며 기뻐한다. 이들을 보기 위해 서둘러 달려오던 어머니는 반가움에 몸이 휘청거려 머리에 이고 있던 음식바구니를 떨어뜨릴 것만 같다. 외금강 온정교, 내금강 시리즈, 강원도 고성군 등 사람이 없는 자연의 풍광은 전쟁을 모르는 듯 평화롭다. 반면 전지(戰地)에서 포착한 피난민과 어린이들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 없다. 서울로 돌아온 종군 기록의 마지막 작품들에서는 종각부터 종로 1가, 을지로 1ㆍ2가 등 폐허가 된 당시 서울의 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기증과 함께 종군스케치 모음집을 출간한 유족들은 "자료를 정리하면서 6ㆍ25 전쟁 당시 생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여건에서도 동해전선의 전쟁상황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종군하신 아버지의 용기와 열정에 새삼 존경과 숭고한 마음을 갖게 됐다"며 "전쟁기념관에서 소장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 화백의 차남인 성하 씨(S&T중공업 상임고문)는 "전쟁의 참상과 우리 민족의 아픔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통해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신출 화백은 1911년 부산에서 태어나 52년 동안 교편을 잡았고 작고한 91년까지 63년간 화가로 살았다. 1960년에는 대통령 훈장인 녹조 소성 훈장, 1971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작품은 소박한 주제에 투박한 붓질과 감각적인 색채가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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