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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리미엄 자동차 인피니티는 1989년 북미 시장에 데뷔한 이후 강력함과 스포티함, 그리고 화려한 디자인이라는 브랜드 방향성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그간 영광의 시기도, 시련의 시기도 겪었지만 브랜드 방향성을 흔들림없이 지켜왔다는 점은 세계의 자동차 애호가들이 높게 사고 있다.
이런 인피니티가 지난 2012년 브랜드의 모든 것을 일신하겠다고 선언한 뒤 내놓은 첫 차가 'Q50'이다. 차 이름을 정하는 체계도 세단, 쿠페, 컨버터블은 모델명 앞에 'Q'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QX'를 쓰기로 했는데 새 명명 체계를 처음 적용한 차가 Q50이기도 하다.
국내에 들어온 Q50 주력 라인은 2.2ℓ 디젤 엔진을 탑재한 'Q50 2.2d'. 지난해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과 디에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양사가 엔진 등 주요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협약에 서명하고 기자회견한 바 있다. 이 협약에 따라 Q50 2.2d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디젤 엔진인 2,143㏄ 엔진이 들어갔다. 일본 차의 최대 약점이 디젤 분야인데 Q50은 이미 검증된 독일 엔진을 탑재함으로써 그 약점을 멋지게 극복했다.
인천 송도와 영종도 일대를 Q50을 몰고 달려봤다.
먼저 외관을 보니 기존 모델에 비해 앞모습은 더욱 날카로워졌지만 뒷모습은 한층 차분해졌다. 그래도 인피니티의 상징인 화려함은 그대로다. 곡선을 통한 조형미는 역시 뛰어나 보였다.
이 차의 전장은 4,790㎜로 현대차 '쏘나타'(4,820㎜)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실내 공간은 BMW '5시리즈'(4,907㎜) 등 독일 중형 세단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크다는 게 인피니티 측 주장이다.
주행의 느낌에는 인피니티의 DNA가 그대로 살아있다.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위해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했다. 어떠한 출렁거림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노면의 충격 역시 한 번 걸러진 뒤 몸에 전달되는 기분이다. 때문에 과속 방지턱에서의 불쾌감은 덜하다.
이 차는 고속 주행 때 가장 큰 매력을 발산한다. 먼저 엔진 회전수는 시속 100㎞에서 1,500rpm이 나오도록 세팅이 돼 있다. 인피니티 측 선도차량의 안내에 따라 속도를 160㎞까지 높여봤다. 이쯤이면 약간의 운전자가 공포감을 느낄 만도 한데 이 차는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강하고 안정적인 하체를 채택함에 따라 고속에서의 흔들림이 없다. 시속 160㎞에서 엔진 회전수도 2,200rpm에 불과해 소란스러움이 없다. 변속기는 후륜구동용 7단 자동 트랜스미션.
이 차는 세계 최초로 스티어링휠과 바퀴 간의 물리적인 연결을 없앤 차이기도 하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을 전기적으로 바퀴에 전달하는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했다. 기계적 연결이 없지만 핸들링의 느낌은 상당히 직접적이고 남성적이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만났을 때 발생하는 바퀴의 움직임을 스티어링휠에 전달하지 않고 적절히 차단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 내부에서는 두 개의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설치됐다. 태블릿PC 처럼 애플리케이션 작동 방식으로 차내 기능을 활용하게 한 점이 참신하다. 그러나 가죽과 플라스틱 소재의 고급감은 기존 인피니티만 못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가격은 대단히 공격적이다. 기본형이 4,350만원이고 고급형이 4,890만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산차와 경쟁할 수도 있겠다. 공인 연비는 15.1㎞/ℓ로 상당히 우수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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