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발표된 지난 7월 고용지표는 경제회복의 갈 길이 아직 한참 남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희망근로사업 등 정부의 공공 고용에도 불구하고 6월 반짝 증가세를 보이던 취업자 수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와 환율, 생산지표들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젠 출구전략을 쓸 때가 왔다’는 주장도 고용지표 앞에서는 설득력을 잃게 됐다. 올 하반기 정부의 한시적 고용대책이 만료된다는 점, 하반기 기업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의 후행 지표인 고용지표는 당분간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자수 한달 만에 다시 감소=7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만6,000명 줄어들었다. 6월 취업자 수가 4,000명 늘어난 것은 정부의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공공사업에 따른 그야말로 ‘반짝 효과’에 그친 것이다. 물론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매월 10만명 이상 감소한 것을 생각하면 절대 감소 규모는 줄어든 셈이지만 희망근로사업에 20만명 이상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폭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종별로 보면 공공행정 부문과 보건ㆍ사회복지 등의 취업자 수는 각각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만9,000명, 18만3,000명 늘어났다. 반면 경기상황과 직접적 연관성을 가지는 제조업(-17만3,000명), 음식숙박업(-12만8,000명), 건설업(-12만7,000명) 등은 취업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지난달 장마로 일하지 않은 날이 많아 취업자 감소율이 무려 7%에 달했다. 건설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용직 근로자 역시 19만5,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수출부진으로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고용회복은 세계 경제 추세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향후 방향성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한파’ 이어질 듯=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3% 상승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고용시장에 있어서 만큼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상반기 ‘깜짝 지표’들은 대부분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입에 따른 효과인데 이 같은 모습이 고용에는 제대로 전달이 되기 힘든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위기가 이어지면서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이 우려된다. 7월 구직단념자는 17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8%나 증가해 2000년 3월 이후 가장 많았다. 대부분이 ‘백수’인 그냥 쉬었다는 사람도 138만7,000명으로 9.6% 증가했다. 여기에 오는 9월 ‘코스모스 졸업생’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공공 일자리 사업이 대부분 종료되고 민간의 고용회복도 기대하기 힘들어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거시 경제지표와 달리 고용 분야는 아직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고용지표가 경제위기 이전 상황으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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