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자 흑인 노예 7명이 행동에 나서 백인 농장주 가족을 죽였다. 1831년 8월21일 밤, 미국 버지니아주 사우샘프턴 카운티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주모자는 냇 터너(Nat Turner). 당시 31세였다. 흑인 노예였지만 타고난 영민함으로 어깨 넘어 글을 배우고 성경을 익힌 그는 흑인 사이에서 ‘예언자’로 불렸던 인물. 신비주의에 빠져 일식현상을 하늘이 내린 흑인해방의 계시로 여기고 백인들과 노예들이 쉬는 주일에 거사를 일으켰다. ‘모든 백인의 소멸’이 목표였던 터너는 1차 목적지를 카운티의 수도이자 무기고가 있는 예루살렘으로 잡고 진군했으나 문제에 봉착했다. 봉기와 동시에 수백명이 합류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세한 흑인은 불과 70여명. 이틀 동안 백인 57명을 살해하며 예루살렘 외곽에 당도한 터너 일행 앞에는 민병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폭동은 바로 진압되고 터너는 도주했으나 3,000명으로 불어난 민병대의 수색작전 끝에 체포(10월)돼 교수형(11월)에 처해졌다. 진압과정에서 폭동과 무관한 흑인 200여명이 학살 당했다. 이틀 만에 끝난 터너의 폭동은 미국사회에 광풍을 몰고 왔다. ‘운명에 만족하거나 비굴한 노예근성에 젖어 있기에 흑인들의 무장봉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남부 백인들은 흑인을 더욱 탄압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노예에 대한 교육과 노예 3인 이상의 회합, 흑인의 설교가 금지됐다. 노예제도를 둘러싼 북부와 남부의 간극이 더욱 벌어져 결국 남북전쟁으로 이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완전한 참정권을 1960년대 중반에야 획득한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시대가 됐지만 미국의 흑백 간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30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흑백 간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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