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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세계은행 부총재를 노리는 유럽
입력2005-03-31 19:07:01
수정
2005.03.31 19:07:01
<파이낸셜타임스 3월31일자>
유럽은 국제기구에서 여전히 봉건적인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세계은행 신임 총재로 지명된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과 만나 세계은행 부총재는 유럽에서 맡아야 한다고 제안한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유럽의 제안은 국제사회에서 그들만의 특권을 강화하려는 귀족주의적인 시도일 뿐이다.
국제기구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제적으로 균형 잡힌 인선위원회를 조직해 각 후보들을 인터뷰한 다음 공개적인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부유한 강대국들이 국제기구 지분의 절대다수를 점하면서 국제기구 총재 선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총재 선출은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미국과 유럽간 은밀한 정치적 야합의 산물이 돼서는 안된다.
세계은행 부총재는 유럽의 몫이라는 유럽측 제안은 브레튼우즈 체제로 탄생한 국제기구들을 서로 나눠먹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은행 총재를 미국이 맡고 부총재는 유럽이 맡는 것처럼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와 부총재도 유럽과 미국이 각각 맡아야 한다는 식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세계은행 내 서열 2위인 중국의 장솅먼 이사가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눈부신 경제발전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마저도 세계은행의 2인자 자리에 부적합한 것으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아주 오래전 세계은행 총재는 국제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인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된 적이 있었다. 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계은행 총재가 선진국에서 나와야 빈곤국에 대한 효과적인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개인적 경험을 통해 경제개발에 있어 부족한 자원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세계은행 총재에 적합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지명하고 유럽이 부총재를 지명하자는 주장은 옹호할 수 없다. 만약 유럽이 이를 실행하려 한다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임을 알아야 한다. 세계은행과 IMF는 매우 중요한 기구들이기 때문에 절대 정치적 목적에 의해 훼손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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