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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선 정책을 총괄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부가가치세 인상을 포함한 증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치권에 증세논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거나 법률안으로 제출된 증세 방안은 대부분 소득세 세율과 과표구간 조정에 한정된 것이었지만 김 위원장이 '부가가치세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온 만큼 증세논쟁의 전선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6일 "부가가치세는 지난 1977년 도입된 후 35년 가까이 10%의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세율을 조정하고 조세부담률을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 사실상 부가가치세 인상을 공론화했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1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18.5%를 크게 밑돌고 있는 만큼 선진국 수준은 아니더라도 세율 인상을 할 여지는 있다는 설명이다.
2012년의 경우 총국세 205조8,000억원 중 부가가치세는 56조8,000억원으로 소득세(45조8,000억원), 법인세(44조5,000억원) 등에 비해 비중이 가장 크다. 부가가치세를 2%만 올리더라도 1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소득 역진적인 성격이 강해 저소득층에게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도 "대선 공약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집권하게 되면 복지재정을 감안해 검토할 수 있다"며 전제조건을 달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박 후보가 증세를 하지 않고 비과세 감면 축소, 숨은 세원 발굴 등을 통해 연간 2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방향을 잡은 만큼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김 위원장 개인의견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대선 표심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부가가치세 인상을 꺼내 드는 것은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5%인 부가가치세를 10%로 인상하려다 내각이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부가가치세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조세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며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현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 과장도 "정부에서는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소득 역진적이고 물가상승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부가가치세 인상보다는 소득세 최고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초과'로 내리는 것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부가가치세를 건드리기보다는 소득세제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소득세 최고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내리는 것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앞으로 최고구간을 1억5,000만~2억원에서 결정하는 협의를 할 계획"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부가가치세 인상을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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