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자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분이 군에 간 아들의 첫 면회 소감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씩씩하고 늠름해진 모습과 최전방의 포병이지만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기에 마음쓰임이 덜했는데 지난 1980년대 자신이 군 복무할 때와 똑같은 마룻바닥 생활관, 질 낮은 개인장구 등은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자기 아들이 매일 견인포를 끌면서 같은 또래 종북세력의 안전까지도 책임져야 하느냐면서 글을 끝맺었다.
우선 충실하게 복무하고 있는 신참 장병에게 감사한다. 아빠로서 자식에 대한 측은한 심정에서 종북세력 운운했을 것이다. 열악한 병영 환경에 대한 지적에는 미안함을 금할 길 없다. 아무리 좋은 무기도 이를 운용하는 장병들의 사기가 낮으면 전투력을 높일 수 없다는 시각에서 정부에서는 장병들의 의식주 개선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다만 그 부대처럼 향후 개편이 예정돼 있거나 소규모의 부대까지는 아직 지원의 손길이 못 미치고 있다.
필자도 첫 면회 때 설렘과 걱정으로 갔다가 걱정은 덜었지만 안타까움은 남긴 채로 돌아왔다. 아들이 '괜찮다'고 해도 '왜 불편함을 얘기하지 않을까'의심한다. 면회 온 엄마들은 '어떻게 키운 아이인데'하면서 언짢아한다. 군에 오랫동안 몸담은 분들은 '군이 너무 편해졌다'며 걱정을 한다. 과연 옳은 평가일까. 그분들의 시대에는 사회나 군이나 모두 열악했다. 오히려 군에 가면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군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만큼 군 입대의 심리적 충격이 더 커진 것이다.
경제정책도 과거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나 성장 등 생산지표가 중요했다. 지금은 환경ㆍ복지ㆍ분배 등 국민행복지수를 중시한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미모ㆍ건강미ㆍ문화ㆍ예술 등 매력적인 것들을 중시하는 세대다. 군은 이런 젊은이들의 근무지다. 사기를 진정으로 높이려면 이들의 욕구를 감안해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방대한 군의 병영시설을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도 투자를 확대해왔지만 겨우 의식주와 의료 등 기본사항을 해결한 정도다. 5만원짜리 CCTV로는 안 된다. 앞으로는 개인장구 현대화와 체육시설 확충 등 여가활동을 챙겨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장병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첫 면회에서 돌아오는 부모들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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