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세계 경제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61) 상무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국가들은 저평가된 자국통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 시켜야 한다”며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해외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의 달러매도를 자극해 국제 외환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경제에 대해 “최근 S&P가 한국 경제 신용등급을 올린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 전망이 밝기 때문”이라며 “다만 앞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와 금융분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해튼 남단에 있는 S&P 본사에서 그를 만나 세계 경제, 특히 중국과 미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이 미국과 중국의 양대 축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불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안정된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또 다른 축인 유럽과 일본은 생각만큼 경기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유럽은 올해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일본은 유럽보다는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실망스런 수준에 그칠 겁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경제(GDP)의 25%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와 같은 4% 이상의 성장은 다소 힘들지만 3.5% 가량의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미국은 세계 경제의 18%를 차지했는데 미국과 중국을 합치면 세계 경제의 43%를 장악하는 셈이 됩니다.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2강이 세계 경제를 지배할 것입니다. 이는 다시 표현하면 그만큼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얘기가 되겠죠. -국제유가가 배럴 당 60달러를 다시 돌파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고유가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분명히 고유가는 세계 경제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성장률을 잠식하는 요인이 됩니다. 하지만 배럴 당 60달러 정도로는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고유가는 원유의 공급부족이 아니라 중국, 인도의 가파른 성장 등 수요급증이 원인입니다. 앞으로 25년 이후 수요는 현재보다 50%나 더 늘어날 것이며 이중 85%는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할 겁니다.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고 세계 경제 성장률을 잠식하는 요인이 되겠죠. 하지만 시장이 예상하는 만큼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81년 가계 소비 중 에너지 관련비용이 8%에 달했지만 지금은 5%로 줄어들었습니다. GDP 대비로는 같은 기간 동안 14%에서 7%로 줄었죠. 또 지난 30년간 에너지 사용은 기본적으로 완만한 추세를 보였지만 소득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시는데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도 불안정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만. ▦옳은 지적입니다. 성장률 등 거시지표는 청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이면에는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산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올해 3,750억달러,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예산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세계 선진경제와 비교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이들에게 지급할 연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자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예산적자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또 다른 골칫거리로 부상할 겁니다.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무역적자와 고평가된 달러가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무역적자 규모가 예산적자의 2배입니다. 예산적자는 미국 내부의 문제이지만 무역적자는 다른 국가와의 교역에서 초래된 거죠. 이는 일본ㆍ유럽 등 세계 경제의 균형발전이 수반되어야지만 해소가 가능합니다. 일본과 유럽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극복하기 힘든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무역적자가 GDP의 4%를 넘어서면 통화가치는 하락해야 합니다. 70년대 영국, 80년대 미국이 그랬죠. 하지만 미국 경제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달러가치가 더 떨어져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통화가치는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겁니다. 이는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해외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형성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져야 합니다. -달러하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동성이 미국 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 중앙은행들이 자국통화 강세를 우려해 달러 매수에 나서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죠. 다음으로 미 국채수익률이 경쟁국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국제 유동성은 자본속성상 수익이 높은 곳을 찾아가기 마련인데 유럽과 일본은 경제성장률도 신통치 않고 채권 수익률도 낮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경우 독일은 3%이지만 미국은 4%대를 기록하고 있죠. 앞으로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역적자가 해결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달러가치가 추가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달러매수에 나섰던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 매수를 중단하거나 매도세력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앞으로 미 채권시장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미국이 올해 2.5%의 물가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진 경제가 2%대의 안정된 물가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에 여유가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미국의 연방금리와 장기 국채수익률은 중립적인 수준 이하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FRB가 지난해 6월부터 매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있을 때 마다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해 1.0%였던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FRB는 경기하강의 우려가 없는 만큼 올해 말까지 4.0~4.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수익률도 5.0~5.5%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주제를 중국 경제로 돌려볼까요. 위안화 평가절상이 중국과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난달 2.1%의 평가절상에 나선 것은 시작에 불과하죠. 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는 10~20% 가량 추가로 절상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무역불균형을 시정한다는 이유로 평가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겠지만 중국은 그야말로 ‘만만디’전략을 구사할 겁니다. 일부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증대시키고 물가불안도 완화시키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봅니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겁니다. 물론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과 아시아 경제권에도 이익이 되겠죠. -위안화 절상이 한국 원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원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미 반영돼 올 들어 통화가치가 많이 올랐습니다. 중국은 달러 연계방식이 아니라 주요국 통화를 혼합한 바스켓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만큼 일본 엔화 가치가 예상외로 강하게 절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급격한 냉각은 없을 겁니다. 중국 정부가 은행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경기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올해는 성장률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장기적으로 8~9%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 역할을 톡톡히 할 겁니다. 한국과 일본의 대 중국 교역규모는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성장 날개에 편승해 이익을 챙기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달러가치가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 다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달러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다변화 언급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봅니다. 유럽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프랑, 마르크, 파운드는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못됩니다. 일본 엔화도 마찬가지죠. 여전히 달러는 세계 제일의 기축통화인 셈이죠. 해외 중앙은행들이 보유달러의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해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내비치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달 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올렸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향후 과제를 말씀해 주시죠. ▦S&P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와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미국도 50년 전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지요. 산업구도의 패러다임이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데이비드 위스는 경제이슈 주기적으로 美의회 증언 뉴욕 월가(街)의 대표적인 이코노미스트로 현실 경제 진단과 전망이 정교하고 예리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및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정부기관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으며 영국은행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S&P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쿼티 인사이트(equity insight)'와 주간지 '파이낸셜 노트(financial notes)' 발행을 책임지고 있다. 통화ㆍ환율ㆍ채권ㆍ성장률 등 미국 경제의 주요 이슈에 대해 주기적으로 미 의회에서 증언하며, 현재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 이사회 멤버로 활동중이다. 블룸버그와 CNBC 등 경제전문 채널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즈(NYT) 등 신문에 현안 이슈에 대해 의견을 싣고 있다. ◇약력 ▦44년 인디애나주 출생 ▦66년 MIT 경제학과 졸업 ▦71년 하버드 경제학 박사 ▦79년 런던소재 데이터 리소시즈의 수석이코노미스트 ▦92년 S&P 계열인 DRI의 수석이코노미스트 ▦99년~현재 S&P의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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