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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7개월 시한부 삶 아름다운 마무리

일본 다큐 영화 '엔딩노트'


"죽을 수 있을까요? 잘, 죽을 수 있을까요?"

세상과의 이별을 목전에 둔 69세의 남자는 이렇게 조용히 읊조린다. 40년간 이어온 샐러리맨 인생, 퇴직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던 차 위암 4기라는 병마가 찾아온다. 이미 수술 조차 불가능한 상태, 난데 없이 찾아와 평온한 삶을 깨뜨린 독한 암 덩어리에 몹시 분할만도 한데 남자는 의연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좀 더 새로운 방법으로 불청객을 맞이하려 한다.

그가 처음 꺼내든 건'엔딩노트'. 뭐든 제 손으로 해야 하는 꼼꼼한 성격은 이 때도 변함이 없다. 남자는 어설픈 독수리 타법으로 죽기 전에 꼭 하고픈 버킷리스트를 찬찬히 써 내려간다. 평생 찍어주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 손녀들 머슴 노릇 실컷 해주기, 장례식 초청자 명단을 작성하고 장례식장 사전 답사하기,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하기 등 마지막 프로젝트를 하나 둘 이뤄나간다.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숨쉬기 조차 버거워지지만, 남자는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까지도'장례식 회의 중'이라며 위트 있는 말로 가족을 외려 위로한다. 그러나 늘 담담하고 의연했던 그의 마음도'가족'이라는 두 글자 앞에 잠시 파도가 인다. 티 없이 맑은 어린 손녀들, 아흔 넷의 노모(老母), 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던 아내 그리고 아들, 딸들….

영화는 7개월 남짓 주어진 남자의 마지막 여생을 담담히 쫓아 간다. 감정을 쥐어짜지 않는 데도 가슴이 아려오고 절로 눈물이 맺히는 건, 우리 모두는 어느 누구의 남편이자 아내, 아버지이자 어머니, 그리고 딸과 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꼼꼼히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남자의 마지막 걸음걸음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어느덧 스스로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삶을 정리할 것인가 곰곰이 곱씹게 된다.



영화의 연출은 이 남자의 막내 딸 마미 스나다가 맡았다.'원더풀라이프''걸어도 걸어도'등을 연출한 일본의 유명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해온 마미 스나다는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 아버지를 쫓아다니며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옆에서 이를 본 고레에다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지원했다. "아버지를 통해 느꼈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스나다 감독은 아버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아버지와 죽음 사이에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 인생의 온전한 마침표를 찍기 위한 한 사람의 마지막 프로젝트를 묵직한 울림으로 담아냈다. 상영 중.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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