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몇년 흑자를 냈다고 벌써부터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집단 진료거부를 결의한 의료계는 의료영리화 반대를 표면상 명문으로 내걸었지만 그 배경에는 진료비 인상 요구가 있다. 정부의 압박에 2012년 일괄적으로 약값을 내린 제약업계 역시 제 몫을 챙기겠다고 한다.
하지만 건보재정이 지금처럼 흑자기조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순차적으로 보험급여가 지급돼야 한다. 정부의 보수적 추정치만도 2017년까지 9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연간 보험료 인상률을 5년 평균치 3%보다 낮은 1.7~2.6% 수준으로 억제하기로 했다지만 그 정도로는 건보재정 갉아먹기에 딱 좋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설령 새로운 지출요소를 반영하지 않더라도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건보재정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3년 흑자를 냈다고 해서 벌써부터 털어먹겠다는 것은 곤란하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쌓아야 할 법정적립금의 절반도 채 확보하지 못한 게 건보재정이다. 사회보장성기금의 재정만큼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혈세로 연명하는 공무원·군인연금 짝 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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