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상인들은 골목식당을 대상으로 하는 식자재 유통업에까지 나선 대기업에 강력 반발하며 집단대응에 나섰다.
13일 부산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에 따르면 최근 ‘청정원’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종합식품회사인 대상이 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를 통해 부산의 식자재 도소매업체를 잇따라 인수 후 영업 중이다.
대상베스트코는 올해 금정구의 남산푸드를 100% 출자한 계열사로 편입했고 연제구, 남구의 식자재 유통업체를 인수해 지난 1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부산 사상구의 식자재 유통업체도 인수, 영업 중이다. CJ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지역의 5개 식자재 유통업체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의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대상, CJ, 오뚜기 등 대기업의 제품을 중심으로 지역의 소규모 식당에 고추장, 참기름, 설탕 등 가공식품과 농수산축산물, 주방기구 등을 직접 납품해 왔다. 이들은 소형 화물차를 이용해 식자재를 납품하는 영세 상인들이 많다.
이에 반해 대기업 식품회사들은 대형식당, 기업체 구내식당 등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는 형태를 유지해 왔다.
대기업이 골목식당 식자재 유통업 진출에 따라 지역의 소규모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저가 판매를 하면 영세 유통업체들이 모두 고사할 것이 눈에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이름을 숨긴 채 지역 업체를 무더기로 인수하는 ‘꼼수’로 영세 상인들의 대응을 피해가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소규모 식자재 유통업체의 주 거래처인 재래시장과 농수산물 소매점들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산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대상은 지난해 5월 대전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 대규모 식자재 매장을 내고 신선ㆍ가공식품을 파격적으로 싸게 팔아 주변 영세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며 “부산에서는 설 명절 대목을 틈타 기존 업체들을 무더기 인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알려진 업체만 4개인데 더 많은 수도 있고 지금도 대상과 CJ 등 대기업의 인수 접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정구 대학가의 한 식자재 상인은 “대기업이 골목식당 납품까지 잠식해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말로만 상생을 외치고 보여주기 식 사회공헌활동에 노력하는 대기업의 모습이 가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의 식자재 유통업체 상인들은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범시민대책기구를 꾸려 저지 운동에 나서는 등 집단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14일에는 CJ 부산지점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연다. 또 전국유통상인연합,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와 연대해 오는 4월 서비스ㆍ유통 분야 중소상인적합업적 선정에 식자재 유통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총선과 대선 공약에 중소상인을 위한 정책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유권자 운동에도 나서기로 하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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